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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세硏의 느슨함과 이재명의 강박

  • 등록 2020-09-17 오전 9:02:32

    수정 2020-09-17 오후 9:55:24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하나가 노이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우는 지역화폐 정책을 비판한 보고서에 대해 이 지사가 대노(大怒)하며 “얼빠졌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책임자 문책까지 거론하고 나선데 이어 사실상 특수관계인 격인 경기연구원이 이 지사를 편들자 조세재정연구원은 이를 재차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지자체 산하 연구원이 한데 엉켜 서로를 정면으로 치받는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주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부양하거나 고용을 창출했다는 효과가 객관적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 둘째, 지역화폐로 인해 특정 자영업자 매출은 늘릴 수 있어도 인접지역 매출은 오히려 줄여 국가적으로 보면 결국 제로섬이다. 셋째, 지역화폐가 쓰이는 자영업자에겐 득이지만 이를 전통시장이나 골목가게에서 써야만 하는 소비자들의 후생은 줄어 사회전체 후생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조세재정연구원의 주장은 그동안 지역화폐를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된 비판들과 결이 다르지 않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각 지자체들은 물론이고 중앙정부까지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상황, 경기도를 비롯한 특정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발행을 늘리고 있는 시기를 고려했다면 좀더 엄밀한 실증과 분석을 기반으로 한 비판이었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 내에서의 소비를 유도해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해 통화승수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역화폐 소비처를 전통시장과 골목가게 등 상대적으로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몰아줌으로써 골목상권을 살리고 부(富)의 재분배를 꾀하겠다는 뚜렷한 정책적 목표를 가진 수단이다. 이를 두고 특정 지역 전체 경제나 국가 경제 차원에서의 부양효과나 고용 창출 효과를 논하는 건 억지스럽다.

이기적이긴 하지만, 인접지역 매출을 줄여서라도 우리 지역 매출을 늘리겠다는 게 이 지역화폐 정책의 목표다. 그래서 행정안전부라는 중앙부처가 나서서 더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화폐를 찍게 하고, 그 발행비용 일부를 나랏돈으로 대주는 이유가 이런 이기적 정책이 보편화함으로써 타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나 `지역화폐가 반드시 전통시장이나 골목가게에서만 소비하게 해 대형마트보다 더 양질이거나 값싼 제품을 사지 못하도록 하는 게 소비자 후생을 떨어 뜨린다`는 주장은 국책연구기관이 내놓기엔 다소 일차원적이다. 대형마트 제품의 회전율이 높고 다량으로 판매함으로써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건 상식선에서만 가능한 주장이다. 모바일 발행을 통해 사실상 근절된 지역화폐를 이용한 현금 깡을 과도하게 부작용으로 몰아세운 대목도 마찬가지다.

다만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느슨했다면 이재명 지사 측은 정권 획득에 대한 강한 욕구와 그를 위해 자신의 정책 성과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심지어 `기획재정부 협의로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원`이라는 문구까지 넣어 마치 기재부와의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같은 인상을 준 것은 나가도 한참 나간 느낌이다.

내 지역을 살리겠다는 지역화폐 정책이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은 대권을 마음에 품은 이 지사로서는 더더욱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자신이 사는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경제적 차별을 받는 건 적절치 않다.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원 방침이 결정되는 날 `지방채를 찍어서라도 (경기도만) 2차 지원금을 줄 수 있다`고 여론전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받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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