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보다 어렵다"는 이재균 연기모험

직접 수화 배우며 청각장애인 모습 자연스럽게 펼쳐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트라이브스'
1년 전에 대본 받고 욕심 내
가족의 일방적인 사랑이란 모순 들춰
남명렬 등 출연
12월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등록 2014-11-30 오후 2:51:25

    수정 2014-11-30 오후 3:01:37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트라이브스’ 속 이재균(사진 왼쪽, 예술의전당 제공)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지난해 봄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를 보고 콩깍지가 쓰였다.” 유종선 KBS PD가 배우 이재균(24)을 섭외하며 한 말이다. 유 PD는 무대 위 이재균의 강렬한 연기를 보고 지난달 ‘액자가 된 소녀’에 출연시켰다. 이재균의 TV 외출은 이번이 처음. 알고 보면 이재균은 뮤지컬계에서 아이돌로 불린다. 깔끔한 외모를 바탕으로 ‘여신님이 보고 계셔’ ‘쓰릴 미’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 출연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런 이재균이 청각장애인으로 무대에 섰다.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트라이브스’(이하 ‘가족이란~’)를 통해서다.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해 말을 잘 못하고 가족의 보호 속에 사는 빌리를 연기한다.

공연을 보니 어눌한 말투와 수화가 자연스럽다. 수화를 청각장애인인 선생에게서 직접 배웠다는 이재균은 “전에 했던 사이코패스(‘쓰릴 미’)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인권 문제도 있고 청각장애인들의 행동이나 표정을 자연스럽게 무대에 펼치기까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트라이브스’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가족이란~’은 청각장애인 빌리를 내세워 가족 소통의 부재를 꼬집는 작품이다. 2006년 ‘래빗’으로 영국에서 가장 촉망 받는 극작가상을 받은 니나 레인이 쓴 원작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언어 밝힘증 환자같은 학술비평가이자 빌리의 아버지인 크리스토퍼와 추리소설 작가이자 어머니인 베스, 오페라가수 지망생이자 누나인 루스 등이 쏟아내는 말은 때론 현학적이라 집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재균은 “1년 전에 대본을 받고 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려운 역이지만 새로운 모험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생각할 거리도 줬고요. 가족 속 이기적인 모습과 상대방이 원하는 게 아닌 자기가 원하는 사랑을 서로에게 주고 있진 않았나란 것들요.”

작가는 가족을 부족에 비유했다. 가족 구성원의 욕망을 강조한 탓이다. 가족 안에서 수화는 금기다. 빌리를 위하는 일이라며 빌리에게 수화 대신 말을 쓰게 강요하고 한다. 빌리는 또 다른 청각장애인 실비아를 만나면서 가족의 이기심을 본다. 정작 자신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족이 수화를 배우기 전까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갈등이 터진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 극단 풍경 대표는 “우리는 모두 자아도취 성향이 있다”며 “처음에는 청각 장애인이 정체성을 찾는 얘긴줄 알았는데 작업할수록 우리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생각이 들더라”는 의견을 들려줬다. 12월1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SAC 큐브 2014’ 일환으로 꾸려진 작품이다. ‘필로우맨’ ‘히스토리보이즈’ ‘스테디레인’등을 만든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공동 기획했다. 남명렬, 남기애, 김준원,방진의등이 출연한다.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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