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동자 생존보다 정치투쟁 우선하는 민주노총

  • 등록 2019-10-27 오후 4:54:38

    수정 2019-10-27 오후 4:54:38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북 군산 명신 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북 군산형 일자리는 명신그룹이 주축이 된 ‘명신 컨소시엄’과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MPS코리아가 중심이 된 ‘새만금 컨소시엄’ 등 2개 컨소시엄으로 진행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지난 24일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첫 삽을 떴다. ‘명신 컨소시엄’과 ‘새만금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중견·중소기업들이 군산 지역에 2022년까지 4122억원을 투자해 19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기차 17.7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까지 포함, 노사민정이 ‘함께 살자’는 슬로건 아래 뭉친 사실상 최초의 ‘상생협력’ 사례다.

군산시는 지난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하고 지난해 5월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몰락’에 가까운 침체를 겪고 있다. 이미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됐고, 지역 경제인구도 줄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 실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연매출 60억원에 달하던 한 협력업체는 지난해 매출이 7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상생협약식에서 군산시를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군산형 일자리’가 출범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사업에 참가할 기업들을 모집하고 양대 노총을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노조 측이 사업 참여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의지를 의심하자 부처 관계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노조대표들과 수 차례 기업 현장을 방문,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 같은 노사민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협약식 당일 성명을 내 “정부와 지자체가 자본유치를 위한 카드로 노동기본권을 뽑아 써버렸다”고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역시 “협약서는 독재정권의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협약 당사자인 민주노총 군산시지부의 말은 다르다. 최재춘 민주노총 군산시 지부장은 “중앙에서도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진행되는 걸 알고 있었다”며 “현재 사업 참여가 예정된 중소기업들은 노동조합도 없는 상황인데, 오히려 상생협의회가 공동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복지 조건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며 군산형 일자리 참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군산형 일자리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경제 변동에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애초 약속대로 고용과 투자를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그러나 지역 경제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노사민정 모두가 한발 씩 양보하며 만들어낸 결실을 ‘노동권 옭아매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치투쟁이 과연 지역노동자 생존보다 앞서야 할 때인지 민주노총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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