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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이동 요구에 코로나 환자라며 감금"…이주노동자의 눈물

18일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자 증언대회
"사업장 바꿔달라니 코로나 환자 몰아 감금시켜"
"고용주 허락 없이 공장 나가면 미등록 체류자 전락"
"부당한 일 당해도 사업장 변경 어려워 참을 수밖에"
"자발적 사업장 변경 가능하단 노동부 말, 사실 아냐"
  • 등록 2020-10-18 오후 4:24:56

    수정 2020-10-18 오후 9:54:49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돈 벌어주는 기계나 말하는 기계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을 보장하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이 강제노동을 강요받는 등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고발이 나왔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 증언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관련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이주노동희망센터 등 이주노동인권단체는 18일 서울시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고용허가제 직장이동 금지 문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공개된 사례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임금 체불을 당하고 근로계약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불법 파견 노동을 하거나 산재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사례자로 직접 회견에 참석한 베트남 국적의 안모(25)씨는 “용접 업무를 하면서 질병에 시달리게 됐고 사장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으나 1년만 참아달라고 해 참았지만 사장은 내 출근카드를 감추고 `3년간 일하라`는 서약서에 서명하기를 강요했다”면서 “사장은 살해 협박까지 했고 나를 코로나19 환자로 몰아 감금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숙식을 해결할 수 없는 장소에 감금돼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장은 내가 자가격리 중이라며 거짓말을 해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안씨는 이주민센터 동행의 도움을 받아 임시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칸타(가명)씨는 일하던 공장에서 보일러가 폭발하는 사고를 겪었다. 그는 “동료 2명이 고통스럽게 죽은 것을 본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 일터 이동을 요구했으나 사업주가 거절해 남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고용주 허락 없이 공장을 스스로 나가면 즉시 미등록 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나처럼 억지 노동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주노동인권단체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로 사업장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회사의 고용변동 신고가 필요해 노동자의 자발적 직장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센터 소장은 “실제 한 노동자가 고용센터에 사업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고용센터 직원은 회사에 전화를 해 고용변동 신고 처리를 할 것인지 물었다”라며 “고용주의 동의는 없어도 되지만 고용주와의 근로관계 종료는 필요하다고 말하는 고용노동부 입장은 `회사를 떠날 수는 있는데 퇴사할 수는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억지”라고 비판했다.

정진아 변호사는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근로계약이 없는 상태일 때 강제퇴거 대상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는 사업주와 계약을 해지하기가 힘들다”라며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국제노동기준이 정한 강제근로 금지 원칙에도 위반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사업장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팅 시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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