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사람끼리 교감 있다면 티백도 맛난 茶"

(휴먼)별난사람 별난직업 이가영 티 소믈리에
차와 문화 예쁘게 포장 "광고 전공한게 도움"
고객취향·성향 맞게 소개..입문5년만에 `점장`
잎따고 볶고 우리는 과정 필요..차한잔 가볍지않아
  • 등록 2012-01-27 오후 12:20:00

    수정 2012-02-03 오후 1:40:2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27일자 2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차 한잔 하시죠?`라고 쉽게 던지는 인사말치고 차(茶)는 `마시기 까다롭다`는 인식이 많다. 사실 차를 제대로 마시려면 갖춰야 할 도구가 많기 때문이다. 찻물을 끓이는 탕관(주전자)부터 잎차를 우려내는 다관, 찻물을 부어 식히는 숙우와 찻잔, 각종 다구를 올려놓는 다반까지. 정작 차를 마시기 전까지의 과정은 `다도 초보자`인 기자가 보기에도 무척 번거로워 보인다.

이가영 티 소믈리에는 배려가 익숙해보였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 하나에도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진=한대욱기자 doorim@edaily.co.kr
하지만 이가영 티 소믈리에(31·오설록 티하우스 인사동점장<사진>)는 "차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다구를 갖춰 차를 내리면 맛 좋은 차를 맛볼 수는 있지만 굳이 없는 돈을 들여 격식을 갖출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같은 차를 우리더라도 만든 이의 정성과 기다리는 사람의 여유가 담겨 있어야 하죠. 차가 커피와 다른 점은 바로 만든 이와 마시는 자와의 교감에 있습니다. 티백차도 마찬가지예요."

그의 직업은 `티(tea) 소믈리에`다.   커피 바리스타처럼 다양한 종류의 차를 테스팅하고 그 특징과 배경을 바로 알아 차를 소비하는 이들의 취향과 특징에 맞게 소개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아직 국내서는 생소하다. 와인이나 사케소믈리에는 들어봤어도 `티(tea)`는 백화점문화센터강좌나 서점에서 월간 차 잡지를 본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한 이씨가 이 생소한 차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7년째. 궁금해졌다. 지난 18일 이씨의 근무지인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하우스 인사동점에서 그를 만나 수많은 식음료 중에 "왜 차(茶)였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광고학도가 차 마니아 되다 "졸업하면 으레 남들처럼 전공에 맞춰 입사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하우스에서 공개채용을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잘 몰랐어요. 커피 붐이 일 때였거든요. 커피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건강을 키워드로 차에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면 왠지 시장성이 있을 것 같았어요. 전공기질이 거기서 발휘된 거죠."

이씨는 우리나라 차 시장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총 232억6900만잔. 1인당 하루 평균 1.4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분석이다. 한국인이 1년 동안 평균 마시는 차와 커피 소비량도 60g 대 1800g. 웰빙에 등산 족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차 시장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오래된 차의 역사에 비해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커피의 덩치는 엄청나잖아요. 마케팅 전략이 잘못됐다거나 유통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추측도 해봤죠. 나라면 문화와 함께 차를 예쁘게 포장해 잘 팔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면접에서도 이 부분을 제 전공과 접목해 분석했고, 2005년 입사하게 됐어요. 역으로 광고를 전공한 것이 도움이 된 셈이죠."

차를 제대로 마시려면 갖춰야 할 도구가 많다. 찻물을 끓이는 탕관(주전자)부터 잎차를 우려내는 다관, 찻물을 부어 식히는 숙우와 찻잔 등 각종 다구를 올려놓는 다반까지. 이가영 티 소믈리에가 조심스럽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차를 따르고 있다. 사진=한대욱기자 doorim@edaily.co.kr


◇수습 거쳐 점장까지 그에게 `차`는 `배움`의 이음동의어다. 그만큼 단기간에 티 소믈리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고달팠다. 입사하면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티소믈리에로 근무하게 되고 차 관련 심화교육 및 서비스교육, 티클래스 운영 등을 통해 각 직급별로 내부 평가를 거쳐 승급 심사를 받게 된다.

이씨는 입문한 지 만 5년만에 `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단순히 차를 서빙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차 전문가는 많지만 이를 서비스와 접목한 사례가 거의 없죠. 과정들이 쉽지마는 않았어요. 취향과 성향에 맞춰 차를 선별하고 일반인들이 차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러한 고민으로 만들어진 것이 오설록 내에서 진행되는 `티 콘테스트`다. 새로운 차 메뉴를 개발해 육성하는 대회로 우승하면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이번에 이씨는 연귤(제주 라임)과 오설록의 삼다연을 접목시킨 밀크티를 개발해 연수를 다녀오게 됐다.

◇티 소믈리에 되려면 최근들어 다양한 삶의 패턴과 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소믈리에`가 유망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취미나 스펙, 창업의 발판 삼아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려는 일반인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오설록 티하우스 인사동점. 2010년 인사동에 오설록 티하우스가 문을 열었을 당시 인근의 찻집 사장들은 대기업의 진출에 눈살을 찌푸렸다. 티하우스에 찾아와 다도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며 화를 내는 부류도 있었다. 하지만 이가영 티 소믈리에는 묵묵히 그들의 얘기를 들어줬다. 이제 서로 돕고 의지하는 관계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오설록에서 근무하고 있는 티 소믈리에는 총 40명. 제주에 21명, 인사동 11명, 압구정 5명, 대학로 3명이 티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다.

"매장 수가 적고 직영으로 운영되다 보니 채용방식도 오픈 매장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요. 오설록 이외에도 티 소믈리에를 육성하는 기관이 근래 들어 많이 생겨났어요. 대학원이나 문화원, 평생교육원 등이 수료증을 발급해주고 있더라고요. 중국이나 일본은 차 시장이 큰 만큼 정부인증 전문자격증이 나오죠. 때문에 해외에서 자격증을 따오는 경우도 많아요."

뛰어난 역량을 가진 티 소믈리에의 경우 백화점 문화센터나 호텔, 기업강의, 오설록에서 운영되는 티 클래스 등을 통해서도 본인의 역량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요즘 후배들 보면 안타까워요. 쉽게 시작하고 쉽게 그만두죠. 시작도 끝도 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차가 채집돼 볶아지고 우려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차 한 잔은 결코 가볍지 않거든요."

[티 소믈리에] 소믈리에(Sommelier)란 프랑스어로 `맛을 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소믈리에 앞에 사케, 채소, 과일 등 먹을거리의 이름을 붙여 `특정 음식에 대한 전문가` 또는 `음식 감별사`란 의미로 쓰인다. 티 소믈리에는 전문 시음 테이스팅의 훈련을 거친 티 관련 전문가를 지칭한다.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티하우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30년의 집념이 오설록을 만들어냈다. 서 회장의 녹차사랑은 남달랐다.   화장품원료 및 향료 수입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서 회장은 일본 녹차 문화가 부러웠던 게 시작이 됐다. 70년대 초반 녹차밭 조성에 들어갔고 성공여부도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해 오설록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도순, 서광, 한남 등에 직영 다원을 운영, 국내 차 재배면적의 5%, 생산량으로 따지면 24%가 이곳에서 나온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연간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설록 티하우스는 우리나라의 차문화를 오롯이 담아낸 `복합 차 문화 공간`이다. 녹차잎과 한국의 차 문화를 오감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
제주 설록 직영다원 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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