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를 관통해 온 의식과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거시적 지표의 변화로 그러한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좀 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관한 우리 사회의 제도와 그 운용의 면을 짚어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예전에는 정기예금, 적금, 주식투자 이외에 특별한 금융상품이 없었다. 그러나 경제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CD, CP, RP, CMA, ELF를 지나 기초자산과 연계된 파생상품인 ELS, CLS까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게 됐으며, 저금리로 인해 조금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고령층에서 늘어나고 있고, 금융기관도 그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영업적인 관점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그 수요자들은 복잡해진 상품의 설계구조를 이해하고 위험을 정확히 인식한 후에 가입할 수 있는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확보한 ‘고객알기’ 제도에 따라 징구한 서류와 위험고지문에 남아 있는 당사자의 서명, 그리고 금융상품 판매 후 금융기관 직원의 친절한 목소리에 담긴 위험 요소에 대한 설명과 고객의 답변내용을 듣고 나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를 주장하는 고객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이 너무나 멀다.
원금이 보장되는 줄 알고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고 주장했지만 객관적으로 이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고령층 고객은 단순히 기억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일까? 영업직원의 달콤한 권유 속에 고위험에 대한 설명은 가려져 들리지 않는 말이 됐을 것이고, 가입서류에 서명만 하면 된다는 말을 따라 했더니 읽어보지도 않은 서류를 자세히 읽어보았다는 확인까지도 해 준꼴이 됐을 것이다.
금융기관은 추후 발생할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고객알기 제도를 운영해선 안된다. 특정 연령층 이상의 고객에 대해선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고객이 금융상품의 위험을 본인이든 그 대리인을 통해 충분히 파악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결과보다는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금융기관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