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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지난 60년 간 이미 많은 중소기업 정책이 나왔고 새로운 걸 내놓기 쉽지 않습니다. 지나간 제도를 되짚어보기도 하고,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28일 기자와 만난 이정희(사진) 중앙대 교수는 “중소기업 60년 역사에서,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한 것을 의미있는 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며 “중기업계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이를 균형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중기업계는 2020년을 중소기업 정책 시행 60주년이 되는 해로 보고 있다. 옛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시절이던 1960년 7월 1일에 처음으로 ‘중소기업과’가 설립되면서 중소기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중소기업연구원이 2018년 ‘중소기업 정책 60년사’ 발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간 중소기업 정책의 전개과정을 시기·분야별로 정리하고 주요 쟁점과 이론적인 근거, 비전 등을 다루는 책을 집필 중이다.
이 교수는 “60년 동안 많은 정책이 나왔고 이중에는 너무 빨리 나와서 빛을 못 본 정책이 있는가 하면 늦게 나온 정책들도 있다”며 “늘 새로운 걸 만들 수 없어도, 때가 아니었던 제도는 보완해서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 예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2000년도에 발표한 ‘디지털 유통점포 인증제’를 꼽았다. 전국 4000여개 슈퍼마켓 등 중소 유통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디지털 인증제는 고객 및 재고 관리, 물품 구매 등 점포 운영에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제도다. 영업 효율성을 높인 업체에게는 정부가 인증서와 각종 자금지원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교수는 “디지털 인증제를 도입하면 체계적인 매장관리에는 좋겠지만 세원이 노출되는 부담이 있어 당시 소상공인들이 도입을 꺼렸다”며 “현재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스마트 상점 보급 정책과 다를 게 없는 정책이었다. 지금의 ‘스마트’가 그때에는 ‘디지털’이었다. 이론적으론 좋은 정책이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벤처기업과 소상공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다뤄야 할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청에서 승격한 것은 지난 60년 역사에서 상당한 의미 중 하나라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청 시절에는 법안 발의를 할 수 없어서 산업부를 통해야 했다. 이에 중소기업 관련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부처를 만들어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부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최근 중기업계의 화두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은 비용의 문제다. 가장 타격을 받는 게 작은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다. 연초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소상공인 고용 동향을 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경영이 어려우니 직원을 두지 않는 것이다.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구조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