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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이를 말해준다. 미국 내 4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의 주가가 팬데믹 충격에 연초 대비 반토막 안팎 났는데, 블랙록의 경우 33.77%(주당 502.70달러→657.38달러) 급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블랙록을 통해 하기로 한 점도 화제를 모았다. 블랙록의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는 의미여서다.
1988년 창업 후 32년째 블랙록을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68) 회장은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핑크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를 통해 투자 힌트를 내보였다. 블랙록이 굴리는 운용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조4000억달러(약 8480조원)에 달한다.
“기술 발전 엄청나…투자 기회 있다”
핑크 회장은 최근 증시 최대 화두인 거품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10년 정도 걸릴 만한 기술 트렌드변화가 코로나19 이후 7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코로나19가 이를테면 5년 전 기술 발전이 (지금보다) 미비했을 때 왔다면 더 큰 불황이 덮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재택근무만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점을 꼽았다. 팬데믹 전만 해도 낯설었던 화상회의가 줌(ZOOM) 등으로 인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기술주 등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는 아직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연준이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용인(higher tolerance for inflation)한다고 했다”며 “그건 왜 증시가 계속 강세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핑크 회장은 이어 “블랙록이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장기적으로 증시 강세를 점치는 것은 초저금리가 장기 부채(long liabilities)를 장기 자산(longer term assets)에 투자하도록 하는 유인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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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회장은 다만 코로나19 이후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지금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두려워 한다”며 “공연과 관광 등의 산업이 죽고 도시가 마비되면서 실물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신흥국, 정권 따라 정책 너무 달라”
핑크 회장은 특히 신흥시장 리스크를 집중 거론해 눈길을 모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인사들을 만나 가장 강조한 게 신흥시장 상황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는 “현재 전세계 자본의 재분배 중 일부는 신흥국으로부터 이동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탈세계화로 자본이 신흥국에서 빠져나오면 신흥국 내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신흥국에 투자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20여년 전 겪었던 외환위기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발생했다.
그는 이어 신흥국의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넌지시 비판했다. 핑크 회장은 “(일부 신흥국들은) 어떤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가 또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쓴다”며 “이는 채권 보유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 리스크가 높아지면 해외의 투자 유인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경고다.
△195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 △UCLA 정치학 학사 △UCLA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퍼스트보스턴 상무 △블랙록 창업(1988년) △블랙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