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판사 출신 변호사의 북 큐레이션 '책 속을 걷는 변호사'

저마다의 길 위에 선 모든 이를 위한 안내서
독서의 사각지대에서 건네는 '책 읽어 주는 책'
30여년차 법조인이 고르고 고른 58권 소개
  • 등록 2024-11-02 오전 8:30:00

    수정 2024-11-02 오전 8:30:00

궁편책 제공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판사 출신 변호사 조용주가 자신의 서재를 열었다. 30여년간 법조계에서 활동하며 한 해 100여권의 책을 읽어온 조용주 변호사가 그간의 독서 편력을 담은 에세이 ‘책 속을 걷는 변호사’를 출간했다.

“법조인도 책으로 세상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어린 시절 인천 구도심의 헌책방에서 책과 인연을 맺었다. 돈이 없어 책을 사지는 못했지만, 서서 읽었던 그 시절의 독서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58권의 책을 엄선해 소개한다. 한국사, 세계사, 인류사, 환경, 인간, 사회 등 6개 분야로 나눠 차근차근 독자들을 안내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단순한 책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자의 통찰과 경험이 녹아든 독특한 관점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나무의 죽음’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저자는 “인간의 죽음만 생각하며 살아온 내게 나무의 죽음이 얼마나 신비한 현상인지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법정에서 수많은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다뤄온 법조인의 시선으로 자연의 순환을 바라보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는 저자에 대해 “‘걷는 변호사’라는 별칭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어 “걷는다는 것은 사색하고 고민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면서 “법률가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김학자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인천고등법원 설치 촉구 운동을 비롯해 서초독서회 운영, 경인방송 ‘사람과 책’ 진행, 그리고 쌀 기부까지, 단지 책 속의 길만이 아니라 현실의 길도 강건히 걷고 있다”며 저자의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은 “저자는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무거운 작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면서 “역사, 환경, 사회 등 시대의 과제와 다양한 변화를 맞는 전문가들의 남모를 고민에 귀한 인사이트를 줄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독서의 사각지대를 비춘다는 점이다. 출판사는 서평에서 “거리감을 느끼거나 부담스러워 선뜻 집어 들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면서도 “알고 보면 우리 모두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현직 변호사가 쓴 책이지만, 법률서적 소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인류의 기원을 다룬 과학서부터 환경, 역사, 인문학 서적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다. 이는 저자가 평생 추구해온 ‘올바르게 걷는 사람, 올바르게 제안하는 사람’이라는 삶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

작가 윤태옥은 “망설이던 사람을 길 위로 유혹하고, 길을 걷던 사람에게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할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인생의 활기를 한 소끔 선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간 ‘책 속을 걷는 변호사’는 단순한 독서 에세이를 넘어 한 법조인의 지적 순례기록이자,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저자가 걸어온 독서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시대에 정말 읽어야 할 책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조용주 지음 | 궁편책 | 224쪽 | 2만2000원

궁편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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