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럼프, 최측근 로저 스톤 사면…"역사에 남을 부패" 파장 확산(종합)

백악관, 스톤 복역 나흘전 감형 발표…NYT "충성 대가"
공화당 의원조차 "전대미문의 역사에 남을 부패"
美언론 "부패했던 닉슨조차 하지 않았던 일"
일부 공화당 의원 트럼프 옹호…"정당화될 수 있어"
  • 등록 2020-07-12 오후 5:02:41

    수정 2020-07-12 오후 6:16: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0년 지기’ 친구이자 최측근인 로저 스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역사에 남게 될 부패(historic corruption)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비선 참모로 알려진 로저 스톤을 사실상 사면한 것에 대해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역사에 기록될 전대미문의 부패”라며 “한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혐의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위해 형량을 줄여줬다. 바로 그 대통령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라고 비난했다.

백악관, 복역 나흘전 감형 발표…“배신 않고 충성한 대가”

스톤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러시아와 공모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미 검찰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메일을 폭로한 위크리크스와의 연락책을 스톤이 맡았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톤은 미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위증하고, 다른 증인에게도 거짓 증언을 하도록 종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스톤에게 징역 7년~9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형량이 지나치다며 스톤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옹호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이를 낮추도록 지시해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 논란을 야기했다. 사건을 맡았던 검사 4명은 항의하며 사임했고, 전·현직 검사 수천명이 바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스톤은 지난 2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위증 5건, 증인매수 1건, 의회방해 1건 총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40개월의 선고를 받았고, 오는 14일부터 조지아주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백악관이 지난 10일 밤 스톤에 대한 감형 결정을 발표하면서 옥살이를 피하게 됐다.

백악관 케일리 매커너니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스톤은 좌파와 언론 동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훼손시키려고 수년간 지속해온 ‘러시아 사기극’의 희생양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도 행정부도 러시아와 공모한 적이 절대 없었다”며 “그는 이제 자유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스톤은 마녀사냥의 피해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로저 스톤은 매우 부당하게 대우받았고 정치적 마녀사냥과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맡았던 로버트) 뮬러 (특검)의 사기극에 끌려들어간 것”이라며 “사람들이 (감형을) 기뻐하고 있다. 그들은 정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내가 한 일에 만족하며 스톤은 이제 감형을 받아 (감옥에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톤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던 만큼 뉴욕타임스(NYT)는 “스톤이 충성심을 보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성 감형이라고 평했다.

공화당·행정부는 물론 백악관 내부서도 “정치적 자멸” 경고음

롬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때도 당 내에서 유일하게 탄핵에 찬성한 적이 있는 만큼 공화당 내 반(反) 트럼프 인사로 꼽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소속 정당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막대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바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의 업무를 마비시켰다”면서 반발했다. 그는 현재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법치를 모독한 행위”로 규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마피아 두목”, “무소불위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특권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YT는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톤에 대한 사면·감형권 행사가 정치적으로 자멸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닉슨도 가지 않은 곳”…민주당·언론 맹비난

언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집중 발병지역인 플로리다를 방문하고 난 뒤에 스톤의 감형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는 눈을 감은채, 정치적 불만에만 집중했다”며 “그는 지도자 역할을 맡는 것을 (스스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에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수적인 일들에 대한 분노와 자기연민의 사이클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톤을 감형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가지 않으려 했던 곳까지 갔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닉슨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잃은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의 친구이자 참모인 스톤을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했고, 워터게이트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닉슨조차 감히 건너지 못한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전직 대통령들 중 자신의 친구들을 돕기 위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이 바로 닉슨 전 대통령이었다”며 그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일부 참모들에게 비밀리에 사면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미국이 일찍이 봐온 부패한 정부의 편파적 조치 중 가장 역겨운 사례”라며 “(국민들을 위한) 대통령직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배반”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또 한 번 대선 전략을 함께 짜기 위해 스톤을 구해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 트럼프 옹호…“정당화될 수 있어”

한편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감형이 정당하다는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스톤에 대한 감형 발표 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스톤은 70대이며 비폭력적이며 초범이다”라고 했다.

짐 조던 하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스톤에 대한 지나치게 과도한 (형량의) 기소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직권남용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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