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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줄여라‥은행권 수단 총동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한다.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기존 신용대출과 더해 1억원을 넘으면 대출 승인이 안 된다. 가령 기존 8000만원의 대출이 있다면 2000만원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모집을 연말까지 중단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춘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각 특정 직군별 상품에 따라 2억5000만∼3억원이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우량 등급 우대금리는 없앴다. 은행권은 지난 10월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는 방식을 써왔데도 대출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사실상 모든 수단을 끌어온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올해 대출 목표를 제출한 데로 지키는 지 보고 있다”며 “12월까지 상황을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선효과 커진다…부작용 우려 확산
은행권이 전방위적인 대출 축소에 나서면서 이달 들어 신용대출 증가세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133조5689억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925억원)보다 오히려 1235억원(0.09%)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약 5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강경한 기류를 고려해 당분간 대출 문턱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생활자금 수요나 부동산·주식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수요가 많아 대출을 줄이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의 요구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모든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해 가수요 급증을 자초해놓고 은행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신용이 낮은 계층부터 은행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