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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넘으면 거절…은행서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

금융당국 압박에 시중은행 대출문턱 올려
  • 등록 2020-12-13 오후 2:44:35

    수정 2020-12-13 오후 9:27:42

사진=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올 연말 은행 대출받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령’ 영향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들은 이자부담이 큰 제2금융권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대출 줄여라‥은행권 수단 총동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한다.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기존 신용대출과 더해 1억원을 넘으면 대출 승인이 안 된다. 가령 기존 8000만원의 대출이 있다면 2000만원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모집을 연말까지 중단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춘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각 특정 직군별 상품에 따라 2억5000만∼3억원이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우량 등급 우대금리는 없앴다. 은행권은 지난 10월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는 방식을 써왔데도 대출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사실상 모든 수단을 끌어온 것이다.

은행권이 대출 축소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을 고려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연봉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경우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를 적용하는 방침을 밝혔다. 사실상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대거 줄이라는 지침이다. 하지만, 규제적용 전 가수요가 몰리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 대출 잔액이 5조원 가까이 늘어나자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대출담당 부행장을 소집했을 정도다. 당시 금감원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실패해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지목, 강하게 질책하며 개별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올해 대출 목표를 제출한 데로 지키는 지 보고 있다”며 “12월까지 상황을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선효과 커진다…부작용 우려 확산

은행권이 전방위적인 대출 축소에 나서면서 이달 들어 신용대출 증가세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133조5689억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925억원)보다 오히려 1235억원(0.09%)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약 5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강경한 기류를 고려해 당분간 대출 문턱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생활자금 수요나 부동산·주식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수요가 많아 대출을 줄이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의 요구를 모른 체 할 수 없어 모든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해 가수요 급증을 자초해놓고 은행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대출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은행들은 우대 금리를 없애는 식으로 수요를 줄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금리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아울러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 문턱마저 올라가면 돈 구할 데가 마땅치 않은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 대출이 막혀 ‘울며 겨자먹기’로 이자 부담이 큰 제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중 2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4년여 만에 최대치다. 주로 신용 대출과 기타 대출을 중심으로 많이 늘었다. 제2금융권의 평균 이자율은 10%대 중·후반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신용이 낮은 계층부터 은행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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