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공사다망'이라지만…첫 내부 승진 군사안보지원사령관

  • 등록 2019-09-29 오후 2:47:42

    수정 2019-09-29 오후 3:02: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요즘 군 내에는 ‘공사다망’이라는 말이 나돕니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로 매우 바쁘다는 의미의 4사 성어가 아닙니다. 공군사관학교를 의미하는 ‘공사’가 다 망친다는 ‘공사다망’(空士多亡)입니다. 공사 30기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 취임 이래 군 내 요직들을 공군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비아냥입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따져보면 꼭 그렇게만 볼게 아닙니다. 그간 예비역 육군 중장이 주로 맡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에 공군 출신의 정석환 예비역 공군 소장(공사31기)이 발탁됐습니다. 공군 출신 첫 국방정책실장입니다. 공군 출신 장관 체제에서 손발을 맞춰야하니 정책실장에 부하나 후배가 오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인사입니다.

또 공사 33기인 최현국 중장이 합참 차장 자리를, 공사 34기의 이성용 중장이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어 말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합참이 육·해·공군이 함께 근무하는 합동부대인 만큼 중장 5자리를 각 군이 돌아가면서 맡습니다. 현재 합참 작전본부장과 정보본부장은 육군 중장, 군사지원본부장은 해군 중장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까지 공군 대령이 직무대행을 했던 국방부 조사본부장 자리에는 육군 헌병실장 출신의 본부장이 취임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장 역시 공군이지만, 이는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준비 문건 의혹을 수사한 특별수사단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전임 장관이 해군 출신이었고 육군과 해군 부대를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공군 법무실장을 특별수사단장으로 발탁했는데, 이후 검찰단장직까지 수행케 해 수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지난 20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열린 제2대 사령관 취임식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전제용 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특히 군사안보지원사령관에도 공사 36기 출신의 전제용 공군 소장을 중장 진급시켜 임명했습니다. 사령관 의전서열이 합참의장 등 대장 7명과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9위일 정도로 핵심 보직입니다. 보안사령부와 기무사령부로 이어져 내려온 군 보안·방첩 기관 수장이 비(非) 육군 출신인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 중장은 공군 출신 첫 사령관으로 기록됐습니다.

이 때문에 군을 감시해야 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관까지 공군 출신이 되면서 국방장관과 군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입니다. 사령관은 견제와 감시 임무도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아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옛 기무사령부가 해편된 이유도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대통령을 독대하는 권력기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지휘구조가 유지돼야 군을 잘 모르는 문민 출신 국방장관이 오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전 사령관이 공군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첫 내부 출신 사령관 승진 인사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전 사령관은 기무사 감찰실장과 206·606·103 기무부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군 방첩 및 방산 보안분야 업무를 수행하며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참모장에까지 오른 내부인입니다. 주요 직위자들이 기무사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어 내부인 중에는 그의 경쟁자가 없었던 셈입니다.

각군 방첩부대 이후 보안사령부로 통합된 이래 역대 사령관은 모두 외부인이었습니다. 육군 사단장 등을 거친 인사들이 중장 진급해 사령관에 발탁됐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육군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습니다. 마지막 기무사령관이자 초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었던 전임 남영신 대장은 학군장교 출신이지만, 그 역시 육군 3사단장과 특수전사령관을 역임한 외부인이었습니다.

이번 전 사령관 발탁은 그만큼 기무사령부 및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개혁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평가할만 합니다. 그는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제가 꿈꾸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국민과 군으로부터 공고한 신뢰와 사랑을 받고, 부대원과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부대”라면서 “반드시 그런 부대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높은 곳이나 낮은 곳이나, 언제 어디에서든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면서 “사령부의 모든 일에 대해 가장 엄중한 책임을 질 것이다. 우리 사령부를 자랑스럽게 이끌어갈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함께 헌신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역대 사령관들과는 다르게 후배 부대원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취임사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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