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명예교수 겸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특임교수는 지난달 29일 서울대 연구공원 회의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후각정보를 반도체기판에 합쳐 온 디바이스화할 경우 기존 시각과 청각, 촉각의 경우보다 잠재 효과가 클 것이라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냄새 정보만으로 희귀병 진단 등 난제 극복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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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석·박사 시절 화학공학을 전공한 박태현 교수는 유난히 냄새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오감 중 후각의 경우 시각, 청각, 촉각과 달리 여전히 디지털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비로운 영역으로 꼽히는 인각의 후각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각, 청각, 촉각의 경우 물리학을 접목시켜 모사 기술이 개발돼 휴대폰 등 전자 디바이스가 만들어졌으나 후각의 경우 여러 냄새가 합쳐지거나 농도가 달라질 경우 아예 다른 냄새로 바뀌게 돼 기술 개발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돌’이라는 냄새성분을 예로 들며 “농도가 낮을 때 자스민과 같은 꽃 향기가 나지만 농도가 높아질 경우 거름 냄새로 변한다”고 했다.
학계 및 산업계에서도 후각의 전자기기화 구현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시작 및 진행 중이다. 박용인 삼성전자(005930)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0월 반도체대전(SEDEX 2023)에 기조연사로 참여해 “사람과 닮은 반도체 솔루션을 구현하는 게 삼성전자 목표”라면서도 “현재 어려운 게 후각 (구현)이라며 센서 알고리즘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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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수용체로 센싱소자를 제작하고 이를 반도체 표면 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바이오나노 전자코 개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인간 코 자체를 대신해서 냄새를 받아들이는 디바이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앞으로 전립선암이나 파킨슨병 등 희귀병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진단뿐 아니라 식품의 신선도 부패도를 측정하고 녹조 모니터링, 폭발물이나 독극물·마약 검사 등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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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바이오 전자코 등 관련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다며 국가 차원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기술력 추월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후각기술 연구기획을 논의하는 미국 연구재단(NSF)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며 당시 전 세계적으로 전기전자, 바이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집단지성을 모았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후각·미각 바이오센서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로 우리나라 기업의 상용화 기술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 주도하 조직적으로 집단지성을 끌어내는 노력은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명예교수 겸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특임교수는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원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