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컬턴 피치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피치에 따르면 세계 주요 20개국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에 전년대비 4.7%를 기록했는데, 이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의 3%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2008년 7월에 6.4%가 최고치였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은 6개월 연속으로 5%를 넘었고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컬턴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고 팬데믹 하에서의 락다운(봉쇄조치)으로부터의 기저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실제론 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된 동력은 핵심 소비재 가격 상승이었다”며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미국 핵심 소비재 가격은 3월부터 10월까지 8% 이상 뛰고 있고, 유로존에서의 에너지 제외 공산품 가격은 팬데믹 이전 0.5%에서 현재 2%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소비재 가격 상승은 공급망 병목 이슈로 묘사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이 가파르게 나타난 것이 더 큰 영향으로, 이는 전자제품, 자동차, 가구 등에서 특히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또 소비자들의 소비도 서비스 지출로부터 이들 소비재 지출로 바뀌고 있다”고 봤다.
물론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높다고 봤다. 컬턴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서 향후 6~9개월 간 유가 상승은 유로존 인플레이션율은 1%포인트 정도 높여줄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에너지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영향은 일시적일 수 있다”며 “실제로도 전문가들이나 선물시장 참가자들 모두 내년에는 원유 값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컬턴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요금 가격이 크게 뛰지만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은 더이상 높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는 임금이 뛰고 렌트비가 올라가고 있지만 노동시장 참가율이 조만간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여 임금 인상률이 다소 낮아진다면 인플레이션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이런 인플레이션 하에서도 중기적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 목표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돼 있다”면서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인플레이션이 이번에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1970년대는 브렌트우즈 체제 붕괴로 각 국 통화정책이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당시 전 세계적인 노조화 확산으로 임금 인상을 부채질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높이기 위해 공급 충격을 가했는데, 지금은 이런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은 통화정책을 중립적 수준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추가 인플레이션에 따라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신흥국도 이미 선제적으로 대응한 만큼 2009년에 비해 신흥국 인플레이션도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가별로는 인플레이션에 적기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쉘리 쉐티 피치 라틴아메리카팀 총괄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국가 신용등급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특히 이머징마켓 국가들에게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선진국에 비해 이머징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은 훨씬 더 높고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지대하다”며 “세수나 세출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정책 대응도 제한될 수 있고, 신흥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절하될 경우 자국 통화를 통한 국채 발행이 제약을 받거나 외화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자국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통화정책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