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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많은 백신]납품가 후려치는 정부...멀어지는 백신자급②

백신 자급율 30%대, 70%는 해외서 수입 접종
정부 독감백신 입찰가,시장가 대비 반토막 결정
업계, 독감백신 연구개발비 못 건져, 적자상태
공공성 핑계로 정부,백신입찰가 후려치기 관행지속
업계 "적정마진 보장해야 백신자급율 높일수 있어"
  • 등록 2020-10-18 오후 5:33:03

    수정 2020-10-18 오후 9:22:59

[이데일리 류성 기자] 정부가 독감백신 입찰에서 ‘최저가’ 정책을 고집하면서 국민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DB


독감백신 업계는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도로 인해 독감백신 제조 및 유통에 있어 경험이나 노하우가 풍부한 메이저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면서 “대신 경험이 부족하고 영세한 업체들이 입찰을 독식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독감백신 사고를 일으킨 신성약품과 한국백신도 예외없이 경험이 부족하거나 회사 규모가 영세한 업체였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독감백신 입찰가는 1도스당 8620원이었다. 4가 독감백신의 시중가가 1만6500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의 턱없이 낮은 입찰 기준가 때문에 주요 업체들이 입찰참여를 기피하면서 4차례나 정부입찰이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예년보다 한 달이 늦춰진 지난 4일에야 가까스로 5번째 입찰에서 최종낙찰자가 선정됐다.

독감백신업체들은 “정부의 독감백신 입찰가가 턱없이 낮다 보니 마진을 볼 수 없는 구조다”고 하소연한다. 한 메이저 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는 “민간 영역에서 독감백신을 팔아 거둔 이익을 정부의 독감백신 납품으로 보는 손해를 메우는 형편이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백신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탄했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백신입찰 가격은 평균 시중가의 80%대로 책정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백신업체들이 신약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백신 입찰가격대를 적정 수준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린 정부는 백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납품 가격 후려치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정부는 4가 독감백신이 나오기 전 품목인 3가 독감백신에 대한 정부 입찰 납품가를 무려 10년 동안이나 7500원대로 고정시키면서 백신업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백신입찰 ‘납품가 후려치기’ 관행은 국내 백신 제조사들이 새로운 백신을 연구개발하는데 있어서도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백신 입찰에서 최저가 제도를 고수하다 보니 백신제조사들로서는 적정 마진을 확보하지 못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서다.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도로 백신 제조사들은 사업구조의 악순환 사이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백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최저가 입찰제는 오히려 백신업체들이 개발역량을 키우는데 있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도 정부의 현행 입찰제도 아래서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 백신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사기나 동기도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독감백신처럼 백신은 특수성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해야 하는 품목이 많아 정부의 입찰물량이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잇따른 사고로 국민을 불안케하고 잇는 독감백신도 전체 수요의 63%를 정부의 입찰물량이 차지한다. 정부가 백신 입찰가격을 적정하게 보전해주지 않으면 백신 제조사들로서는 미래 신약개발에 필요한 이익 확보가 어려운 사업구조인 셈이다.

정부의 백신 최저가 입찰제도로 신약개발 여력이 부족한 국내 백신 제조업체들의 실상은 국내 백신 자급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원료까지 국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을 기준으로 하는 백신 자급률은 불과 30%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접종하는 백신 가운데 70% 가량은 외국 제약사들로부터 수입해 쓰고 있다는 얘기다.

낮은 백신 자급률로 인해 유아용 결핵백신인 BCG 사례에서 보듯이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의 공급물량이 수시로 부족한 사태가 발생, 빈번하게 국민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가 지속되는 한 백신의 국산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백신 구입에 들어가는 국가예산을 줄이기 위해 납품가격을 지나치게 낮추는 정부의 행태는 많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백신업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백신의 국산화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백신 최저가 입찰제도는 국내 업체들이 백신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있어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백신 조달가격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해외 국가 및 국제기구 입찰에 있어서도 가격을 낮춰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백신업체 임원은 “우리 정부에 백신을 납품하는 가격은 모든 국가에도 공개된다”면서 “대부분 국가들이 이를 레퍼런스 가격으로 삼고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해외 수출에 있어서도 정부의 최저가 입찰제가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백신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국내 백신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백신입찰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보장해 기업들이 신규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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