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몰라요"...26년 키운 시험관 아기, 유전자 불일치

  • 등록 2022-08-17 오전 9:53:08

    수정 2022-08-17 오전 9:53:3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얻은 아들의 유전자가 아버지와 일치하지 않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6년 전 시험관 시술을 받은 A씨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에 대해 “아이가 간염 항체 주사를 맞은 다음 검사를 했는데 소아과 선생이 ‘아이가 A형인 거 알고 계시죠?’라고 말씀하시더라. (저희 부부) 둘 다 B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시험관 시술을 했던 담당 교수에게 연락했고, ‘시험관 아기한테는 돌연변이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당시 담당 교수의 설명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A씨는 20년이 지난 뒤 아들이 성인이 되자 혈액형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병원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A씨는 “(담당 교수는) 몇 달이 지나도 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말씀드렸더니 그 당시 자료가 없어서 어떻게 도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 처음 ‘이게 이상하다.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6년 전 시험관 시술을 받은 A씨가 아들의 유전자 불일치를 확인한 뒤 담당 교수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영상 캡처)
결국 A씨 부부는 는 지난 7월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아들의 유전자가 A씨 부부와 한쪽만 일치했다. 어머니는 친모가 맞지만 아버지는 친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검사소에서도 이상해서 두 번을 더 (검사)해보셨다고 한다”며 “(결과를)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분(검사소 측)한테 돌연변이 사례를 보신 적 있냐고 여쭤봤더니 없다고 하더라.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에 A씨는 시험관 시술 담당 교수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병원에선 해당 교수가 정년퇴직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변호사를 통해서 좀 알아보니까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병원 실수로 이런 사례가 너무 많다고 들었다. 실수 아니고선 어려운 상황이라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진실만 알고 싶었는데 병원에서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저는 피해를 보고 있는데 가해한 사람은 없다 보니 법적 대응도 준비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어 소송을 알아봤지만, 공소시효가 아이의 혈액형을 안 날로부터 10년이기 때문에 승소하기 어렵다는 법률적 의견이 많았다고.

A씨는 “아들은 모르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제가 마음을 좀 추스르고 설명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아직 말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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