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집회금지·코로나 감염 우려에도…톈안먼 31주년 대규모 촛불시위

빅토리아공원 등 곳곳서 톈안먼 희생자 추모집회
시위 참가자들, 홍콩보안법 항의하며 자유·독립 외쳐
온라인 생중계…전세계서 추모 동참 행렬
  • 등록 2020-06-05 오전 9:44:39

    수정 2020-06-05 오전 10:35:08

홍콩인들이 4일(현지시간) 저녁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의 ‘6·4 톈안먼 민주화운동’ 31주년을 맞아 홍콩 시민들이 곳곳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기리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초안을 통과시키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집회여서 주목된다. 또 엄중한 경비 속에 조용했던 중국 수도 베이징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4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시민 수만여명은 이날 저녁 홍콩 각지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촛불 집회를 벌였다. 경찰이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고,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8명 이상 집회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홍콩보안법 반대와 홍콩의 자유 및 독립을 외쳤다. SCMP는 “지난 1989년 톈안먼 시위가 발발한 이듬해인 1990년부터 30년 동안 이어져 온 시위가 올해는 금지됐지만 시위 참여자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집회는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렸다. 이곳에 모인 1만여명의 홍콩인들은 1분 동안 묵념을 하는 등 톈안먼 사태를 잊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묵념은 톈안먼 시위가 1989년에 열렸다는 사실을 기념하는 의미로 8시9분에 1분간 진행됐다.

집회를 주최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 리척얀 주석은 중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재는 바이러스와 같다. 세계는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더라도 우리는 내년에도 촛불을 들고 이곳에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몽콕 등 일부 지역에선 경찰들과 도로를 점거하려는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SCMP에 따르면 몽콕에서는 사복 경찰관들이 후추 스프레이 등으로 시위대를 저지했고 4명이 체포됐다. 홍콩 당국은 시위에 앞서 3000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달 28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홍콩 의회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국가(國歌)법을 가결한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현지 언론 및 외신들은 분석했다. 홍콩보안법이 본격 시행되면 더이상 개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가정에서 촛불을 밝히며 추모에 동참했다고 SCMP는 전했다. 집회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됐으며, 미국, 유럽,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도 동참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에는 1년에 364일밖에 없다. 하루(6월 4일)가 잊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은 엄중한 통제 속 코로나19에 따른 제재까지 겹쳐 조용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됐고, 중국 관람객들조차 세밀한 소지품 및 신체검사를 받아야 입장이 허가됐다.

중국 정부는 이날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대대적으로 차단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뜻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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