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원전'에 로스쿨·IT기업으로…3분의1 토막난 KAIST 전공자

탈원전 전에는 석사 70~80%가 박사학위 도전
8월 석사 졸업자 13명 중 5명만 박사 진학
올해 취업 대상자들은 현대차, 삼성전자, 소나테크로
석박사 인력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이 키우나 위기감
핵융합·방사선 분야로 쏠려···우수 인재는 미국·독일로
  • 등록 2021-09-22 오후 5:52:37

    수정 2021-09-22 오후 8:54:5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계속되면서 원자력전공자들이 로스쿨, IT 기업 등으로 떠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원자력 관련 학과가 통폐합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자력기술을 이끌 인재들이 사라져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탄소중립 같은 미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2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19명 중 9명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소나테크, 현대자동차, 삼성SDI, 현대엔지니어링, 중국과학원 화학야금연구소에 들어갔다. 2019년 핵연료 처리공정을 전공한 박사학위 졸업자 3명이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로 옮겨간 데 이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KAIST의 통계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국내 원자력 석·박사급 인재를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중앙연구원장,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등 KAIST 출신이 원자력 계 곳곳에서 활약중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KAIST는 2018년 기준 68명의 석·박사를 배출했다. 서울대(24명), 한양대(15명), 울산과학기술원(16명), 포항공대(6명)과 비교해 많다. 윤종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장은 “석사 졸업자 70~80%는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나머지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병원, 한전원자력연료, 일반 기업 등에 취업했다”면서 “박사학위 소지자 30% 정도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취업하고, 나머지는 해외 국립연구소, 회사 순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는 어둡다. 올해 8월 석사 졸업자 13명 중 박사학위에 진학한 학생은 5명에 그쳤다.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은 인공지능대학원, 변리사 시험 준비, 로스쿨 진학 등으로 진로를 바꿨다. 원자력양자공학과에 진학하더라도 핵공학을 꺼리고, 핵융합이나 방사선의료 분야 전공을 희망한다.

석사과정에 다니다 그만두고,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구현우 씨는 “원자력 분야는 특성상 산업이 망가지면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산업계가 망가지면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며 “동기 단톡방 참가자(16명) 중 순수 원자력 분야에 도전하는 친구는 6명 정도 남았고, 코딩 등을 배워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으로 분야를 바꿔 옮기고 있고, 학부 출신일수록 더 많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숫자도 줄었다. KAIST의 올해 원자력양자공학과 진학 희망 학생은 6명이다.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25명이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이 안된다. 재학생 숫자도 2016년(82명)과 비교해 올해는 27명에 불과해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

미국, 독일서는 인재 모셔가

학생들이 원자력공학과를 떠나는 이유는 산업계가 회복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졌고,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신규 채용 인원 감소, 전문연구요원 감소 등도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우수 인재들이 진로를 바꾸는 사이 미국, 독일 등 원자력 강국에서는 한국의 핵심 인재들을 데려간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독일 칼스루에공대 산하 연구소 등 외국으로 떠나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

윤종일 학과장은 “KAIST 졸업생들은 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취업해왔지만 최근 모집인원도 줄어들었고, 산업체도 채용을 거의 하지 않아 학생들이 원자력 분야에서 미래를 생각하기 어렵다”며 “KAIST 졸업생은 미국 최상위권 대학들과 경쟁하는 대학인데 우수 인재들이 다른 분야로 진학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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