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의 애환]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이대로 괜찮나

  • 등록 2015-03-12 오전 9:25:31

    수정 2015-03-12 오전 9:25:31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은 Mnet ‘노 머시’와 ‘믹스 앤 매치’(사진=Mnet).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과잉시대다. 재능있는 가수를 뽑더니 밴드 연주자, 보컬리스트, 래퍼까지 오디션으로 뽑는다. 누군가 데뷔 전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탈락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불리함도 있다.

아이돌 선발 또는 기획사 오디션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 활성화됐다. 1990년대 후반 가요계가 아이돌 가수 및 그룹으로 재편되면서 아이돌 가수 및 그룹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2001년 예능 프로그램 ‘목표달성 토요일’의 코너 ‘악동클럽’과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코너 ‘박진영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이 원조 격이다.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을 통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원더걸스 선예·2AM 조권·미쓰에이 민 그리고 15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1월 데뷔한 지소울이 배출됐다. 이후 2005년 ‘배틀신화’ 2006년 ‘슈퍼스타 서바이벌’ 등이 나왔고, 댄스 음악 중심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콘셉트의 ‘슈퍼스타K’가 2009년 출범, 오디션 열풍을 이끌었다.

서태지와아이들 출신 양현석이 수장으로 있는 YG엔터테인먼트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기획사 중 한 곳이다. 2006년 빅뱅을 탄생시킨 ‘리얼다큐 빅뱅’의 성공을 계기로 위너와 아이콘을 각각 ‘윈:후 이즈 넥스트’(2013)와 ‘믹스앤매치’(2014)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최종 멤버를 결정했다. 케이윌 씨스타 보이프렌드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도 Mnet과 손을 잡고 힙합 그룹 선발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노머시’를 제작해 최근 7인조 보이 그룹을 탄생시켰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슈퍼스타K’에는 한때 지원자가 200만 명 이상 몰렸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 많고 연예인을 꿈꾸는 지망생도 많다. 여기에 방송사와 기획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방송사는 시청률을 얻고 기획사는 인기와 실력이 검증된 인재를 얻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정 기간 지속된 TV 노출로 인지도를 얻고 데뷔하니 출발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유사 프로그램이 계속 만들어지는데 그 기회가 힘 있는, 이름 있는 기획사에 쏠려 있다 보니 중소 기획사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작용은 적지 않다. 일반인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동안 연예인도 일반인도 아닌 ‘준 연예인’이 돼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탈락한다. 운 좋게 음악성과 스타성을 검증받아 제2의 선택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TV 출연 한 번에 ‘탈락자’라는 낙인찍혀 또 다른 기회를 잃게 되는 불운의 결과를 겪기도 한다. 걸그룹 카라 새 멤버를 뽑는 ‘카라 프로젝트:카라 더 비기닝’에서 선택 받지 못한 소진도 심적인 갈등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바이벌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와 관심의 요소가 되지만 출연자의 입장에선 좌절과 절망이다. ‘리얼다큐 빅뱅’에 출연했던 비스트 장현승과 ‘윈:후 이즈 넥스트’에 출연했던 아이콘 멤버 비아이는 시간이 흐른 후 당시의 탈락이 상처가 됐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과거 한 오디션에 출연했다 탈락한 경험이 있는 한 아이돌 그룹 A도 “직접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탈락의 충격과 상실감, 패배감을 이해할 수 없다. 그 과정이 TV로 공개됐다면 더 크다”며 “이렇게 데뷔를 하지 않았으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10년 넘게 전파를 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후관리나 대책은 찾기 힘들다. 탈락자는 본인이 원하면 다시 연습생으로 복귀할 수 있지만 또 기약 없는 기다림만 있을 뿐이다. ‘슈퍼스타K’나 ‘K팝스타’의 경우 방송이 끝난 후에 재능 있는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거나 기획사에 연결시켜주고 있지만 그런 혜택을 받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힘들다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기획·제작자와 출연자 모두 책임 있는 자세와 행동이 요구된다고 봤다. 조대원 국제대 엔터테인먼트계열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률 때문에 스토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사생활이 노출되고 의도치 않은 논란도 생긴다. 재미나 감동보다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인 음악이나 실력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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