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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달초 유통과정에서 상온노출로 품질이 변질된 것으로 보이는 신성약품의 독감백신 48만 도스를 회수했다. 이어 정부는 한국백신이 제조한 독감백신 가운데 품질이상이 의심되는 61만5000 도스도 수거조치했다.
최근 독감백신을 둘러싸고 잇달아 발생한 사고의 배경으로 정부의 허술한 관리체제 등이 꼽히지만 관련 업계는 ‘최저가 입찰제’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독감백신의 제조 및 유통에 있어 경험이 일천하고, 영세한 업체라 하더라도 정부입찰에서 최저가를 제시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한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현재 최저가 입찰제에서는 사실상 의약품 도매업 허가증만 있으면 가격만 낮게 제시해 누구나 낙찰받을 수 있다”면서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두 업체도 경험이 거의 없거나 영세한 회사였지만, 최저가로 기업의 신용도 등을 평가하는 형식적 적격심사를 통과해 낙찰을 받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독감백신이라는 특수성을 배제하고 일반 정부입찰 품목과 동일하게 최저가 입찰제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독감백신을 매입할때 가격을 중시해야 하지만 이보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우리도 미국처럼 백신입찰에서 가격뿐 아니라 품질, 기업의 역량 등 전반적 요소를 평가해야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면서 “최저가 입찰제로 메이저 백신업체들은 해외에서 판로를 찾고 영세업체들만 정부입찰에 몰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신유통에 대한 관리규정이 미흡한 것도 이번 백신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식약처는 KGSP라는 유통관리규정을 두고 있지만 냉장운송에 대한 세부규정은 전무하다. 한 백신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의약품 냉장운송에 대한 상세규정이 없다보니 외국 사례를 찾아보고 자체적으로 냉장운송 메뉴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약품 냉장운송에 있어 아이스박스 사이즈나 냉매제 규정까지 두고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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