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더딘 경기 회복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일 발표한 ‘새로운 불안 요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기 어려우나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 실장은 “작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는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경제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기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올 1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취약해지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월 99.5포인트로 한 달 전(99.7포인트)보다 하락했다. 작년 5월 이후 지속된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수출 회복, 설비투자 증가, 건설수주 증가 등은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식품, 의류 등 준내구재, 비내구재 소비 침체가 지속되고 5.7%의 실업률(1월)이 유지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불균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주 실장은 “최근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지수가 상승하면서 올 2월 물가상승률은 1년내 가장 높은 수준인 전년동월비 1.1%까지 높아졌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19년 9월 이후 최근까지 1%대에 머물다 2월 2%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 실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한 축인 경기침체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한 축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중 관리가 요구된다”며 “풍수해, 가뭄,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자연적 요인으로 서민들의 체감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품목에 대해선 신속한 수입 물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이 요구되고 유통 과정에서 매점매석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 실장은 “한정된 재원 낭비를 막기 위해 재정정책 기조는 ‘경기 부양’보다 ‘불황 국면 극복’에 집중돼야 한다”며 “계획된 재정지출의 상반기 조기집행률을 최대한 높여야 하고 이번 국회에 제출된 올 첫 추경의 조속한 통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