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범죄 신고에 회유·보복 일어나”…피해자만 ‘한숨’

직장갑질119 “올해 성범죄 제보, 지난 3년比 60%↑”
현행 법률로 처벌 가능하지만 위력 탓에 신고 못해
직장 내 성범죄 엄벌 요구…“성추행 즉시 신고해야”
  • 등록 2021-06-13 오후 4:00:10

    수정 2021-06-13 오후 4:00:1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상사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해 부서장에게 보고했다. 부서장은 “바쁜 시기인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느냐”고 A씨를 회유했지만, 그는 “B씨와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부서장은 대표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대표는 B씨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그 이후 B씨가 부서에서 빠지면서 업무상 부담이 생기자 부서장은 A씨를 비롯한 부서 직원들에게 야근을 시키며 화를 내고 면박을 주기 시작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며 A씨를 부서 프로젝트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직장 내 성범죄 처벌 가능하지만…두려운 피해자들

동료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하고 압박한 혐의를 받는 군인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 직장 내에서도 성범죄 신고에 대한 회유와 보복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 간의 문제로 봐선 안 되며 회사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5월까지 들어온 제보를 분석한 결과, 전체 1014건 중 성범죄 제보는 79건(7.8%)이라고 13일 밝혔다. 단체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제보 1만101건 중 성범죄 관련 건은 486건(4.8%)이었는데, 올해 관련 제보 비율이 60% 넘게 늘어났다”며 “군대뿐 아니라 한국 직장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형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현행 법률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게 될 때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도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들이 직장 상사라는 위력 때문에 범죄를 당해도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성토했다. 회식 중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C씨도 “직장 상사에게 사과를 받긴 했지만, 직장 상사는 반성하는 태도 없이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직장 동료에게 말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C씨는 이어 “가해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매일 마주칠 수밖에 없어 하루하루가 힘들고 불안해 일상이 무너져버렸지만, 그는 오히려 더 잘 사는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면서도 “수습 기간이 끝나지 않은 신입사원의 처지에서 인사성 보복은 물론, 현재와 같은 2차 가해들이 더욱 심해질까 두려워서 신고하기가 겁이 난다”고 성토했다.

(표=직장갑질119 제공)
“직장 내 성범죄 엄단해야…사용자도 책임 있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범죄를 신고한 뒤 집단 따돌림 등 보복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계약직 직원은 재계약을 못 하게 되고, 외부용역 사원은 업체를 통해 해고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 놓인 피해자는 공황장애, 정신적 충격, 불안감 등에 시달리다가 해고를 당하거나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게 된다는 게 단체 측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18~2019년 2년간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신고 건수는 2380건이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20건밖에 되지 않는다”며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다 보니 ‘성범죄 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 범죄’도 끊이질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도 “직장 내 성희롱이 방치되는 업무 환경은 성희롱의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위협적”이라며 “법에서도 사용자의 각종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특히 보복 조치를 처벌하도록 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직장 내 성희롱 등에 대해 궁극적 책임을 지도록 엄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수년간 성추행에 시달렸다면서 ‘처음에 신고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는 제보도 적지 않다”며 “성범죄를 당했을 땐 곧바로 112에 신고해야 하고, 가해자들이 성범죄 직후엔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사례가 많아 바로 가해자에게 성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녹음하면 증거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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