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은 이번 7박9일간의 유럽 순방에서 ‘한반도 평화’를 중점적으로 내세우며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힘썼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진행된 EU·프랑스·호주·독일 등과의 개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계속해 의제로 올렸다.
문 대통령은 교황과 단독 면담하면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 제안했다. 이에 교황은 “(북한이)초청장을 보내준다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에도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
다만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불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양자회담은 없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공급망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두 번째로 발언하는 등 양국의 스킨십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정상회담은 무산됐으나 우호적이었던 한미와 달리 한일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COP26 참석을 계기로 영국 글래스고에서 최소 대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이 COP26 일정을 마치고 헝가리로 출국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영국에 도착했다. 물리적으로 두 정상이 만나기 힘들었던 것인데 일각에서는 일정 조율이 없었던 것을 놓고 불편한 한일관계가 그대로 반영된게 아니냐 보기도 한다.
|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과 기후위기 대응 등 글로벌 현안에서 선진국으로서 입지를 확인했다. 특히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 그룹간 가교 역할을 자처한 것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제조 허브로 도약하도록 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백신 부족국에 대한 지원 계획도 밝혔다.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COP26 기조연설을 통해 상향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며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이 메탄 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과 경험,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문 대통령의 시선은 세 달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경제회복이 임기말 주요 국정과제로 떠오른데다 종전선언 구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 수록 국정장악력이 떨어지는데다 미중갈등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간의 대결구도가 심화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