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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법조인들은 드라마를 통해서나,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직업이라 아이템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러나 역시 방식이 달랐다. 같은 아이템, 같은 재료를 가지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요리를 하며 깊은 감동과 새로운 재미를 안기는 것이 이 방송의 매력인 만큼 법조인, 제헌절이라는 아이템 속에서 전에 없던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내며 또 한번 재평가를 받았다.
이날 소개된 인물들은 전 대법관이자 현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박일환 전 대법관, 사법 사상 최장기간 소년 재판을 맡은 천종호 판사, 이혼 전문 최유나 변호사,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서울고등법원 보안 관리대 류철호 법정 경위다. 전 대법관부터 법정 경위까지, 이 조합만 봐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얼마나 다양하고 폭 넓은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인지 알 수 있다.
비행 청소년들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으로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화제가 된 천종호 판사의 이야기도 새로웠다. 달동네에 살았던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7번 사법고시에 떨어진 이야기까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며 청소년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판사로서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지만, 청소년에게 미안함이 남는 사건들을 소개하며 먹먹함을 안겼다. 한 사건을 판결하는 판사지만, 알고 보면 그 또한 수많은 고민과 고뇌가 가득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려지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재심’의 실존 인물인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도 출연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주로 재심 사건을 맡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되찾아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하지만 정의로움 보다는 유명세, 이미지 관리 때문에 행보를 이어왔다는 반전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이 자리에는 낙동 강변 살인 사건으로 누명을 써 21년간 복역한 장동익 씨가 함께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21년 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며 느꼈던 감정들, 그 뒷이야기 등을 전하며 뭉클함을 안겼다.
재판장의 앞이 아닌, 뒤를 책임지는 류철호 법정 경위의 이야기도 신선했다. 증인이 뒤늦게 나타날 때 극적인 생각보다 “야근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는 현실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 눈물과 웃음을 번갈아가며 선사하는 진짜 인생의 축소판 같은 ‘유 퀴즈 온 더 블럭’.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위기 속에 더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