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無노조 경영 폐기 선언 후 新노사문화 정립 노력

이재용 대국민 사과 후 삼성 사장단 40개월 만에 특강 청취…노조 부정적 인식 개선
노동3권 보장위해 노사관계자문그룹 설립…7계 계열사 노사문제 자문
일부 계열사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 협상 등 가시적 성과도
  • 등록 2021-05-05 오후 3:43:11

    수정 2021-05-05 오후 9:22:04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작년 5월 삼성전자 설립 51년 만에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뒤 삼성에 새로운 노사문화가 정립되고 있다. 사측은 노사관계자문그룹 등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노동조합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단체협약 교섭 요구 등을 통해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의 이러한 변화는 일부 계열사에서 단체협약 체결과 임금협상 타결이라는 가시적인 성과까지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노동 관련 준법교육 의무화와 노조 활동 허용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은 새 노사문화 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5월 6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노사 문화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같은 달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1년여 간 고공농성을 벌이던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명예복직을 합의하면서 기존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에 입사해 경남 지역 삼성 노조 설립 추진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에 해고됐다.

삼성은 같은 달과 다음 달인 6월 두 번에 걸쳐 인사팀장과 사장단을 대상으로 노동 전문가인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특별 강연도 들었다. 삼성 사장단이 단체로 강연을 들은 것은 2017년 2월 이후 40개월 만이다. 삼성 사장단은 특강을 통해 노조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인식 개선 등에 나섰다.

삼성은 또 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에 노사관계자문그룹도 신설했다.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이정식 서울대 정보지식정책연구소 연구원을 비롯해 판사 재직 시절 노동사건을 많이 다뤘던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인사조직 관리 분야 전문가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등 노사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노사관계자문그룹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관계자문그룹은 삼성전자 이사회 소속이지만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삼성전기(009150)삼성SDI(006400)삼성SDS(018260)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삼성물산(028260) 등 6개 관계사의 노사문제 자문도 맡고 있다. 삼성은 노사관계자문그룹 설치와 함께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교육 의무화 등의 조치도 실행했다. 삼성은 △전임자 인정 △교섭을 위한 활동시간 보장 △사내 노조사무실 설치 등 노조 활동도 허용했다.

이재용, 대국민 사과·파기환송심서 무노조 경영 폐기 강조

삼성의 노조 활동 허용 후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 설립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직원노조가 작년 6월 설립돼 복수 노조 체제로 변경됐다. 삼성화재도 지난 3월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설립으로 노조가 3개로 늘었다. 삼성전기는 첫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기에 노조가 설립되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에스원 △삼성화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삼성웰스토리 △삼성생명을 포함해 삼성 계열사 노조는 총 9개로 늘어난다. 앞서 설립된 삼성 계열사 8개 노조는 노조연대를 만들었고 모두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에 속해 있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일부 결실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1월 전자 계열사 중 처음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사원협의회와 올해 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3% 등 총 7.5%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같은 달 기본인상률 4.5%에 성과인상률 2.5% 등 총 7%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다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왔을 뿐 나머지 계열사들이 임금협상 등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1·2·3·4노조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조 대표단은 사측이 교섭 자격이 없는 사원협의회와 일방적으로 임금을 결정했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작년 11월 상견례 후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조가 지난달 27일 4차 본교섭에서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파업 등 쟁의활동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작년 5월 대국민 사과에 이어 1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연이어 언급하며 새 노사문화 정립을 강조하고 있다”며 “노사의 노력으로 일부 성과도 있지만 갈등도 여전해 새 노사문화 정립에는 시간이 걸릴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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