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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드디어 퍼즐이 맞춰진다. ‘이건희컬렉션’의 얼굴을 드러내는 전시가 양대 국립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동시에 개막한다. 양구·대구 등 전국 지방 미술관으로 흩어진 소장품이 일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건희컬렉션’ 중 대표작을 뽑아놓은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문화재와 고미술품에서 고른 77점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한국근현대미술에서 고른 58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리고 세워진다. “국민 품으로” 보내겠다던 이건희(1941∼2020) 회장의 유지가 비로소 실감나는 현실로 다가왔다.
겸재 ‘인왕제색도’, 단원 ‘추성부도’ 등…고전의 걸작 77점
국립중앙박물관이 내건 전시명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이다. 기증받은 2만 1693점 중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 77점(45건)을 엄선해, 상설전시실 2층 서화실에 펼쳐놓는다. 그중 국보가 12건, 보물이 16건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시기와 분야를 아우르는 ‘이건희컬렉션’의 성격과 참모습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충남 예산에서 출토했다고 전하는 선사시대 유물인 국보 ‘청동방울 일괄’부터 조선 후기에 제작한 도자기와 책장, 민화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단연 눈에 띄는 건 말이 필요없는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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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강세황이 그린 ‘계산허정도’ ‘계산기려도’, 삼국시대 금동불인 국보 ‘금동보살삼존입상’과 한글 창제의 결실을 엿볼 수 있는 조선 초기 서적인 ‘석보상절 권11’ ‘월인석보 권11·12’ ‘월인석보 권17·18’도 전시대에 오른다. 삼국시대 토기와 고려시대 금속공예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초기의 사경(손으로 베낀 경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은 되레 덤이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 ‘황소·흰소’ 등…시대의 걸작 58점
국립현대미술관이 내세운 전시명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이다. 역시 기증받은 1488점 중 한국 근현대미술의 회화걸작 58점을 골랐다. 이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은 한국 근현대미술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 그중 작가 34명의 58점이니 ‘정수 중의 정수’라 할 만하다. 서울관 제1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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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당시 화제가 된 이름들이 줄줄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유영국, 권진규, 천경자 등 20세기 초중반을 이끌고 달군 작가들이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한 대표작들이 나선다. 김환기(1913∼1974)의 가장 큰 유화작품으로 꼽히는 가로 567㎝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s)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간 전면점화 1호가 된 ‘울림 19-II-73307’(1973)을 앞세워 장욱진(1918∼1990)의 나룻배(1951)와 ‘소녀’(1939), 이중섭(1916∼1956)의 ‘황소’(1950s)와 흰소(1950s), 박수근(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유동’(1954) 등이 총출동한다.
기증자의 뜻을 살려 전시는 모두 무료로 진행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선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내년 3월 31일까지다. 다만 19일 사전 예약 개시와 동시에 이달치 티켓이 전부 마감돼 국민적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