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치 흔든 대구 방화사건

  • 등록 2022-06-12 오후 6:30:41

    수정 2022-06-12 오후 9:38:52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특히 법조계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 사건으로 직업적 회의감과 공포심을 느끼며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변호사도 더 이상 할 게 못 된다”는 자조섞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은 판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의뢰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의뢰인 입장에서는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소송 당사자 입장에서는 제3자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어려운 사안이라 대부분을 변호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 또한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다.

주로 한정된 공간에서 일대일로 당사자와 대면하는 사례가 많은 변호사의 경우, 의뢰인이 정신적 트러블 등을 겪고 있다면 그대로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건의 경우에는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막연한 불만 표출이라는 점에서 변호인을 향한 ‘묻지마 살인’에 가깝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결국 이번 사건은 그간 쉬쉬하던 ‘재판 보복’ 문제가 표면화된 셈이다.

하지만 법조인들에 대한 협박 등 보복행위에 대한 보완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사건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의뢰인들로부터 보복대상이 될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변호를 해야 할 지경에 내몰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보복 범죄가 또 다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보복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법조인들의 호소를 사법체계와 법치주의의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법조계의 자성도 필요한 대목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상대편 변호사에게 직접 공격을 가한 이번 사건의 근저에는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법제도를 운용하는 법조인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묻지마 살인의 또 하나의 원인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법조계도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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