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브를 최고디자인책임자로 승진, 영국 디자이너가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의 신제품 기획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이브 신임 CDO는 지난 2012년부터 애플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총괄해왔다. 그러나 CDO가 되면 지금까지 산업 및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관한 실질적 업무는 리차드 워스 부사장과 앨런 디에 부사장에게 넘기고 일상적인 업무에서는 물러난다. 대신 애플의 전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와 새로운 아이디어 등 제품 기획에 보다 깊숙이 관여할 예정이다.
애플은 “그는 애플의 생산제품 디자인 뿐 아니라 소매 상점 및 사무용 가구 등까지 모든 디자인 영역을 총괄하는 자리”라며 “지금까지의 업무 영역을 넘어서 애플의 미래 제품에 대한 기획까지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브 수석부사장이 CDO 자리까지 오르자 시장에서는 그가 차기 CEO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하고 있다. 고(故) 스티브 잡스 전 CEO가 경영자면서도 제품 디자인에 일일이 개입한 점으로 볼 때 아이브 또한 CEO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에서다.
FT는 “이번 승진으로 아이브 CDO가 애플 내에서 미치는 힘과 영향력은 팀 쿡 CEO와 라이벌 수준에 이르렀으며 특히 잡스가 이끌었던 제품 디자인의 방향 부문에서 아이브 CDO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승진한 건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나가기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진 도슨 잭다우리서치 테크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사는 조나단에게는 해방일 수도 있다”며 “창조적인 사람을 관리직에서 자유하게 함과 동시에 아이브가 핵심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 사실상 물러나면서 디자인적 재능을 다른 쪽으로 쓰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브 CDO는 1967년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으로 1992년 애플에 입사해 디자인팀을 책임져왔다. 1996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이후 디자인 철학이 일치했던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역대 최고의 애플의 인기제품들은 생산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