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유출 막아야 하는데…” 해외 기술유출은 더 큰 우려

기존 직원 이탈에 따라 기술과 노하우 유출 가능성 커져
中업체, 파격적인 연봉 제시하며 국내 우수인력 러브콜
전직 금지약정·소송전에도 인력유출 방지 원천봉쇄 불가능
  • 등록 2019-10-06 오후 8:02:54

    수정 2019-10-06 오후 8:02:54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곤·피용익·양희동·박종오·이소현 기자] 핵심인재 보호를 위한 국내 주요기업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전문인력의 경우 전직 금지약정이라는 보호장치도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력유출에 따른 해외 기술유출 우려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이 580건이었으며 이중 해외 유출이 71건에 달했다. 국가별는 중국이 48건(68%)으로 가장 많고, 일본 7건(10%), 미국 7건(10%), 대만 2건(3%) 등의 순이었다.

배터리업계 인력유출 놓고 소송전 극심…해외업체 인력채용시 국내 업계 초긴장 모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인력 빼가기 논란의 진원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이후 배터리 영업비밀·특허 침해 논란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진흙탕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헤드헌터와 전직자를 활용해 특정 분야의 인력을 ‘타겟팅’한 뒤 입사 지원을 적극 권유하고 채용 과정을 통해 핵심 영업비밀을 빼내 갔다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낮은 처우와 폐쇄적인 기업문화에 따른 자발적인 이직으로 100% 공개 채용 원칙을 적용했다며 반박했다. 극심한 갈등으로 양사간 합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최종 판단은 법의 영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7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 시행으로 영업비밀 보호와 침해에 대해 민사상 구제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강화됐다”며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3배 이내 배상이 가능해져 영업비밀 침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치열한 공방은 배터리 기술경쟁력이 인재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해외 업체의 러브콜은 더 큰 부담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배터리 업체나 해외 완성차 업계에서 배터리 인력을 채용할 때면 초긴장 모드에 돌입할 정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 연구소에 가면 박사급 대부분이 한국 사람으로, 심지어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CATL에서 인력을 뽑을 때면 국정원이나 산업부에서 직원 단속 잘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 업체들의 인력 빼가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유출 우려에 전직금지 약정에도 中업체 재취업 빈발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도 중국 업체의 인력 빼가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각사는 개별사례를 분석해 소송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인력 유출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를 다루는 직원들에 대해 기술 우출 및 영업비물 누설 등을 막기 위한 ‘전직(轉職) 금지’ 약정을 맺고 있다. 특히 약정서에는 ‘퇴사 후 2년간 회사의 영업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쟁업체 창업 및 취업 등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중국 업체는 물론 국내 업체간에도 약정 기간 내 재취업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연봉의 2배 이상을 제시하는 중국 쪽에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 핵심 인력일 경우에는 기존 연봉의 3~4배를 주고 스카우트한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기업 이직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 등 적극적인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중국 측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과 관련한 인재유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OLED 기술의 경우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높은 성장세에 따라 중국업체들의 기술 유출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는 입사 때마다 ‘2년의 동종업계 전직금지 약정’ 및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 등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영입 형식으로 우회 고용을 한다”며 “OLED 핵심 공정 경험이 있는 고급 인재에 대해 연봉은 2~3배를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車업계, 전장사업 본격화에 대거 이동…항공업계, 저비용항공사로 이직 빈번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관련 인력이 전자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전자장치(전장)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현대차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발적 이직자는 488명에 달했다. 자발적 이직자의 대부분은 다른 회사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자발적 이직률은 2016년 0.23%→2017년 0.34%→2018년 0.70%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국내 1위 자동차 회사이고, 최근 차량에 전장 부품 탑재가 늘면서 경력 이직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주로 대형사(FSC)에서 저비용항공사(LCC)로 이직 사례가 빈번하다. 올해 초 면허를 받은 신규 LCC 3사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출신 경영진과 기장, 정비사 등을 채용했다.

금융계 인력스카우트 전쟁도 산업계 못지않다. 최근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영업 최일선에 있는 설계사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비방전이 벌어졌다. 손해보험업계 1위 업체인 삼성화재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간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은 결과적으로 보험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 안팎에서 적절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 우승의 짜릿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