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을 발판 삼아 급성장한 국내 스타트업들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거액 투자 덕에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이제 이들의 눈치를 보는 처지에 몰렸다. 수익 실현 창구인 기업공개(IPO)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모시장 활황기에 백기사를 자처하던 글로벌 자본들도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에 냉철한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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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안팎 분위기는 생각보다 서늘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상장을 준비 중인 A업체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일정기간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것) 설정을 두고 적잖은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는 기업가치를 쳐주고 지분을 샀는데 파는 것까지 제약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불을 지폈다. 업체측이 ‘성공적인 IPO를 위한 것’이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성난 마음을 달래는 데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IPO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도)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우려도 계속 따라붙는다.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약속한 보호예수기한이 끝나면 가차없이 지분을 파는 냉정함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공모주 시장이 반전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까다로운 수익실현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도 투자 유치에 목 마른 업체 입장에서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며 “분위기가 좋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전체적으로 올라야만 이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