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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0억달러(6조365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며 “로봇공학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에 55억 달러 투자 계획을 알렸다. 이날 추가 투자 선언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만 105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게 됐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또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면담 전 외신들이 예측한 투자 규모는 70억달러 수준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정 회장의 결단에 화답했다. 당초 두 사람의 만남은 10여분 정도로 예정돼 있었으나, 환담과 언론 대상 스피치, 추가 환담까지 총 50분가량 이어졌다. 특히 환담 과정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투자 배경과 미국에서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 분야의 내용 및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오전 11시 20분께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등장한 뒤 3분간 이어진 연설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동안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해 온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라며 “조지아주에 세워지는 전기차 공장은 미국 고객들을 위한 고품질의 전기차를 만드는 등 미국에서 우리가 (전기차 분야의) 산업 리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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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가 미국 시장에서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로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에 발 맞출 수 있게 됐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란 자국산 물품 인정기준 및 우대조건 강화를 통해 미국산 비율을 확대하는 걸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미국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한 단계 도약했다. 공장 가동 전 2004년 미국 내 판매량은 두 회사를 합쳐 약 7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공장 가동 이후 점차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번 투자로 전기차 전용 공장이 건설되면서 정 회장의 ‘전동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또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전체 판매 차량의 40~50% 비중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