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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 탄소섬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탄소섬유는 화학섬유를 먼저 만든 뒤에 탄소만 남도록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열처리를 통해 탄소섬유를 제조하기 위한 전 단계 물질인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 등을 의미하는 프리커서(precursor, 전구체)를 만든 후 1000℃ 이상의 열처리 과정을 통해 만듭니다. 크게 중합→방사→소성 과정을 거칩니다. 중합은 아크릴로니트릴(AN : acrylonitrile)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분자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방사는 중합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고분자 중합체(PAN : Poly-Acrylonitrile)를 아크릴 섬유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성은 아크릴 섬유를 1200℃ 이상의 고온에서 산화 및 탄화시키는 과정입니다. 아크릴섬유가 소성과정을 거치면 마지막에는 탄소(C) 성분만 남아서 탄소섬유가 완성됩니다. 산소·수소·질소 등의 분자가 빠져나가면서 중량이 감소되고 강도는 강해집니다.
제조 방법에 따라 PAN(팬)계와 PITCH(피치)계로 나눠집니다. PAN계는 아크릴나이트릴(Acrylonitrile)을 중합한 후 방사해 얻은 PAN(Poly-Acrylonitrile) 섬유를 고온에서 탄화해 제조한 것입니다. 반면 PITCH계는 석유·석탄 공정에서 증류하고 남은 잔류물(Pitch)을 방사한 후 고온에서 탄화해 제조한 것입니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는 PAN계 가 96.2%로 압도적이고 Pitch계는 3.8% 정도입니다. 탄소섬유는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한 첨단 신소재로 일본과 미국 소수 기업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해왔습니다. 80년대 후반 국내 일부 기업이 상업화 시도에 나섰지만 시장미성숙과 기술력 부족으로 탄소섬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효성이 지난 2011년 중성능 탄소섬유(T-700급) 개발에 성공한 이후 2013년부터 PAN계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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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도 탄소섬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때 우리 양궁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활과 화살도 탄소 소재로 만든 것입니다. 크게 △항공기와 방위산업 분야 △자동차 내·외장재 △에너지·전자기계·건축·의학 등 산업용 소재 △골프·낚시·스노우보드·서핑보드 등 스포츠 분야에서 사용됩니다.이밖에 인체 생체 적합성이 우수해 인공 뼈와 장기 등에 탄소섬유를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무게가 가볍고, 마모와 부식에 강하다는 장점 때문에 의족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탄소섬유,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 소재…경제적 파급효과 막대
탄소섬유는 문재인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소재입니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해 약 1800대 수준이던 수소차는 2022년까지 약 8만1천대, 2040년에 약 62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소차 수요가 늘수록 탄소섬유의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는 막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수송·이용에 탄소섬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수소전기차, CNG(압축천연가스)차의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탱크 등 고압용기 제작에 탄소섬유가 주로 쓰입니다. 수소연료탱크는 플라스틱 재질의 원통형 용기인데 탄소섬유를 감아서 강도와 안정성을 높입니다.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120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탄소섬유는 강도 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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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는 전후방 산업효과가 막대합니다. 수소차·풍력발전·방산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 것입니다. 탄소섬유 공급기업인 효성첨단소재는 ‘수요-공급기업 협력형 모델’로 일진복합소재(수소 저장용기), KAI(항공기부품), SK케미칼(프리프레그), 밥스(로봇팔), 삼익 THK(로봇장치)와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소기업은 물론 벤처기업 및 연구기관의 협력과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산학연이 ‘탄소섬유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해 상생할 경우 국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기업이 전체 글로벌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7위 소비국입니다. 지난 2015년 30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탄소섬유와 복합소재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멉니다. 미국, 일본 등 선도기업에 비해 40년 이상 늦게 양산을 시작한 만큼 지속적인 투자확대와 연구개발이 절실합니다. 정부가 탄소섬유를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해 향후 7년간 7~8조 원 이상의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 대한 ‘예타 면제’ 추진 △소재·부품 분야에 대한 재정·세제·금융·규제완화 △M&A를 통한 해외 핵심기술 확보 등 지원책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