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돌멩이도 여기선 모두 다 사랑이로구나!

다시 찾은 남원 곳곳엔 수많은 춘향·몽룡의 사랑이야기가…
  • 등록 2007-03-22 오후 1:40:00

    수정 2007-03-22 오후 1:40:00

[조선일보 제공] 전북 남원을 감싸고 있는 테마는 사랑. 그 유명한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남원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요천을 중심으로 새로운 볼거리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연인·부부끼리 가볍게 산책하면서 돌아보기 좋다.

▲ 오늘도 광한루는 그때 그 시절처럼 단체로 구경 온 학생들로 북적인다.

남원 돌아보기 코스 _ 구 서도역→혼불문학관→춘향테마파크 야간 산책→춘향골서 숙박→이른 아침 덕음산 산책→요천변 따라 광한루원까지 걷기

구 서도역 _ 시골 간이역. 왠지 모를 향수를 품고 있다. 문득 오래 전 기차 타고 떠났던 수학여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여인네 치마폭처럼 넓게 펼쳐진 논두렁 사이에 자리한 구서도역(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1932년 문을 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던 곳이지만 2002년 전라선 철도 이설로 폐역사(廢驛舍)가 되면서 한적해 졌다. 역사는 70년 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1.3㎞에 이르는 녹슨 철로와 수동 신호기가 마치 정지된 화면 같다. 그리고 하얀 돌이 소금처럼 잘게 부서져 깔린 플랫폼에 놓인 자그마한 벤치는 그림엽서 속 풍경. 봄이 무르익으면 철길 곳곳에 봄 꽃이 피어나 외로운 역사를 화사하게 물들일 것이다. 철로 위를 마음껏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폐역사의 매력 아닐까.

혼불문학관 _ 서도역 뒤편으로 1㎞ 정도 들어가면 혼불문학관. 작가 최명희(1947~1998)가 17년에 걸쳐 혼신을 바쳐 쓴 대하소설 ‘혼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2004년에 문을 연 문학관은 6000평 규모. 물레방아와 예쁜 아치형 구름다리가 놓인 저수지, 초가지붕을 이고 있는 원두막 쉼터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넓은 잔디 마당 한복판에 허리가 휘어져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멋들어진 한옥 두 채가 있는데 오른쪽은 관리사무소, 왼쪽은 전시관이다. 관리사무소 앞에는 돌멩이와 나무판, 매직펜이 놓여 있다. 누구든 마음대로 원하는 문구를 적어 마당에 놓아둘 수 있다(돌멩이는 무료·나무판은 3000원).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063)620-6788

▲ 에스컬레이터 타고 테마파크에서 21세기판 춘향을 만난다? ""춘향테마파크""에는 일편단심을 다짐할 수 있는 ""사랑의 언약판""도 있다.

춘향테마파크 _ 사랑의 도시 남원.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각광 받는 곳이 광한루와 오작교다. 그런데 광한루 못지않게 춘향-몽룡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놓은 곳이 바로 남원시 어현동 춘향테마파크.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한 테마파크는 특이하게도 에스컬레이터(50m 가량)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널찍한 계단도 따로 마련돼 있긴 하다(손님이 적을 경우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테마파크측은 4월부터 에스컬레이터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원의 명소로 등장한 이곳은 환한 대낮보다는 컴컴한 저녁에 찾는 것이 운치 만점. 어둑한 공원 내에 청사초롱 가로등이 줄줄이 불을 밝히고 있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둥기 둥당당’ 울리는 가야금 선율이 한밤 중 낭만적인 산책의 묘미를 더해준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사랑의 언약판’이 있다. 부부나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내용을 하트 모양의 철판에 새겨 걸어두는 사랑의 담장이다. 관리사무소에 담고 싶은 문구를 적어 신청하면 새겨준다(20분 소요. 1만원). 이것을 언약판에 걸어두었다가 타임 캡슐에 담아 보관한다고 한다. “모든 게 사라진다 해도 죽는 날까지 잊히지 않는 이름,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그대의 눈빛만으로, 그대의 미소만으로, 그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의 다짐이 언약판에 가득 걸려 있다.

구불구불 연결된 산책로(1㎞ 남짓)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한양으로 올라가는 몽룡의 말 고삐를 부여잡고 애원하는 춘향,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동헌에서 고초를 당하는 춘향, 아첨하느라 묘한 미소를 짓는 이방, 방망이 들고 뛰는 포졸 등 다양한 인형도 구경할 수 있다. 오전 9시~밤 9시(폐장 30분 전까지 입장·4월부터는 밤 10시까지 개장). 테마파크 내 향토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500원. (063)620-6836

덕음산 산책로 _ 춘향테마파크 뒤에 자리한 야트막한 덕음산(267m)은 이른 아침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은 곳. 순환코스(2.5㎞)를 따라 쉬엄쉬엄 걸어 산을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가량 걸린다. 춘향테마파크 후문 옆길로 300m 가량 올라가면 왼쪽으로 덕음정으로 가는 예쁜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덕음정까지는 700m. 좁은 오솔길 주변은 소나무 숲이라 이른 아침 코끝으로 스미는 향긋한 솔 향을 맡으며 걷기에 좋다. 정상에 자리한 덕음정에 오르면 남원시가 한눈에 보인다.

광한루원 _ 춘향테마파크 앞을 흐르는 요천변을 따라 200m 가량 걸으면 광한루로 연결되는 승월교를 만난다. 테마파크에서 광한루까지는 약 400m. 가는 길목엔 춘향마당, 흥부마당, 심청마당 등 테마별 돌조각품도 볼 수 있다. 오로지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승월교(자전거 통행도 금지)는 선남선녀에게는 참사랑을, 신혼부부에게는 백년해로를, 부부에게는 돈독한 부부애를 가져다 준다는 ‘사랑의 다리’로 통한다. 4월부터는 밤 12시까지 하트 모양의 조명을 설치할 예정이다.

광한루의 오작교 역시 ‘사랑의 다리’라는 명성을 자랑한다.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1년에 한번 이상 밟으면 부부간의 금실이 좋아진다는 말이 전해져 이곳에 온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건너곤 한다. 마침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도 우르르 몰려다니며 오작교를 건너는 중이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하니 “얼굴 ‘뽀샵처리’ 해주세요”라며 포즈를 취한다. 오전 8시~오후 6시(4월부터는 오후 7시까지). 입장료 어른 1600원, 어린이 600원. (063)620-6831


가는길 |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남원. 17번 국도를 타고 오다 남원시 못 미쳐 사매면에서 서도리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3㎞ 가량 들어오면 서도역. 서도역에서 1㎞ 더 들어가면 혼불문학관. 고속버스의 경우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1544-5551)에서 첫차 오전 6시, 막차 밤 10시20분(50분~1시간 간격 출발). 3시간 40분쯤 걸린다.

맛집 | 남원의 대표적 향토음식은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시래기와 들깨를 듬뿍 넣고 끓인 추어탕. 수많은 식당 중에서도 50년 손맛을 이어가는 천거동의 ‘새집추어탕(063-625-2443·1인분 7000원)’을 추천한다. 추어탕이 별로라면 춘향테마파크 근처 ‘목포낙지(063-631-5858)’의 낙지철판구이를 권한다. 낙지가 부드럽게 씹히고 얼큰 담백하면서도 그리 맵지 않아 좋다. 낙지를 먹은 뒤 철판볶음밥으로 마무리. 2~3인분 3만원·4~5인분 4만원.

숙소 | 춘향테마파크가 들어선 ‘남원관광지’ 안에는 요즘 말하는 러브호텔 분위기가 아닌 단체여행자들을 위한 여관이 여러 곳 있다. ‘흥부장’ ‘춘향장’ 등 이름도 이곳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여관들은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담하고 깔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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