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조두순 이름만 나와도 스트레스" 안산시민들 단체 '패닉'

조두순 12월13일 만기출소…"안산 돌아간다"
인근 주민들 분노…"불안해서 잠도 못 자"
지자체 방침에도 여전히 공포…"주민 안전 보장하라"
  • 등록 2020-09-20 오후 4:49:01

    수정 2020-09-20 오후 10:06:52

[안산=이데일리 공지유 정병묵 기자]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해 12년간 옥에 갇혔던 조두순(68)이 연말 만기 출소 후 경기도 안산에 정착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법무부와 지자체가 조두순에 대한 1대 1 보호관찰과 24시간 위치추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흉흉한 민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조두순의 출소 소식을 접한 안산 주민들은 아동을 상대로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주변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들은 또 언제 비슷한 범죄가 재발할지 걱정된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조치는 물론 강력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한 동네. 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과는 관련이 없음. (사진=공지유 기자)
“극심한 스트레스”…조두순 출소 소식에 안산 주민 불안 호소

19일 이데일리가 안산시 단원구 A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조두순’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곧바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이들도 있었다. 동네 공원에 모여 조두순의 출소 소식을 얘기하며 탄식하는 이들도 있었다.

2008년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은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 면담에서 오는 12월 13일 출소하면 자신의 주소지인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동 주민 최모(61) 씨는 “이 부근으로 온다는 얘기도 있고 다른 동네로 간다는 소문도 있는데 정확히 어느 곳으로 가는지를 모르니까 더 불안할 따름”이라며 “안산에 수십년 산 주민이 많은데 (조두순이 온다고) 바로 이사를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모(63) 씨는 “출소 후 안산으로 온다면 우리 가게에 올지도 모르는 게 아니냐”며 “그런 범죄를 저지른 자가 손님으로 온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40대 김모 씨는 “조두순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마음 같아서는 바로 이사를 가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이 오는 12월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사진=뉴시스)
“형량 너무 낮아 벌써 출소…주민 안전 위한 강력 조치 필요”

국민적 공분을 산 범죄를 저지른 아동 성범죄자가 12년밖에 형을 살지 않을 수 있느냐며 기가 막혀 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씨는 “그가 나오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누군가가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는데 출소를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아 벌써 출소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7살 딸이 있다는 김모(39) 씨는 “비단 안산만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다 하더라도 문제”라며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빨리 나온 것 같다”며 당시 사법부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요즘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라며 “안산에서 왜 그런 사람을 받아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와 지자체는 대책을 내놓았다. 안산시는 연말까지 방범 취약지역 64곳에 감시카메라 211대를 추가 설치한다. 법무부는 안산보호관찰소 조두순 감독 인력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가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18일 1대 1 보호관찰을 하면서 24시간 위치추적을 하겠다고 밝혔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요원도 추가로 배치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안산에서 자취 중인 박모(27) 씨는 “조두순이 돌아온다는 동네는 아니지만 안산으로 온다는 사실만으로 본가에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전자발찌를 끊어내는 사례도 있는데 24시간 전담 보호관찰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박씨는 또 “어른들이야 알아서 조심한다고 하지만 범죄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잠재적 가해자의 얼굴을 각인시키며 조심하라고 해야 한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며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안산으로 오겠다는 소리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주민 B씨는 “조두순이 저지른 일은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며 “지금은 옥살이가 지겨우니 정말 반성하고 있을 수 있지만 출소 후 바깥 생활에 익숙해지면 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 주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범죄 피해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조두순 같은 자가 같은 동네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느끼는 법감정과 실제 형량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특정 범죄에 대한 형량의 하한선을 높이는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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