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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의 답변이 미흡하다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30일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장애인의 날 다음날이기도 하다.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2호선 시청역 등 2곳에서 ‘제2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동시에 진행했다. 애초 예고했던 5호선 광화문역에는 모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은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하차하는 장애인 참가자를 비롯해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취재진, 출근하려는 시민이 일제히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로 열차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급한 용무가 있는 승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안내방송을 했다.
승강장에서는 고성이 끊이지 않으며 갈등이 폭발했다. 휠체어에 내려 기어가는식으로 시위를 진행해 지하철 연착이 길어지자 경찰은 “고의적으로 지하철 운전을 방해하고 공공안전을 해하고 있다”며 즉시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옥외집회가 아닌데 어떻게 집시법 위반이냐”며 “경찰 직무권을 남용하지 마라”고 항의했다.
출근길 발이 묶인 시민 중 일부는 거칠게 쏘아붙였다. 한 시민은 “바쁜 시간에 왜 피해를 주느냐”, “병원에 좀 가자”고 비난했으며, 다른 시위 참가자는 “오죽하면 이러겠나”, “급하면 택시 타고 가라”고 맞대응했다. 이날 오전 8시48분이 되서야 지하철 승하차 시위가 종료됐으며 3호선 지하철 운행은 오전 8시 50분께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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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근길 시위 이후 오전 9시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전장연 측 5명 활동가가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한 삭발 참가자는 “인수위를 믿고 4월 20일까지 기다렸는데 인수위가 역할이 아니라고 장애인 권리예산 등에 답변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삭발 후에는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는 문구가 적힌 흰 머리띠를 둘러쌌다.
일부 시민은 일부 활동가를 향해 침을 뱉거나 “왜 세금도 안 내면서 이러느냐”, “대한민국에서 나가라”, “너희가 무슨 장애인단체냐”며 삭발식 내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삭발을 마친 한 참가자는 “일부 시민은 왜 우리가 내는 세금 갖고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얘기하신다”며 “저도 세금 내고 있고 더 세금을 내고 싶다. 그럴 기회만 주신다면 어디든 달려가서 열심히 일할 능력도 있고 자신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삭발한다고) 너무 가슴아파하실까봐 부모님께 말씀을 못드리고 나왔다”며 “장애인도 평범한 삶을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전장연은 인수위에 이동권·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4대 법안(장애인 권리보장법·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장애인 평생교육법·장애인 특수교육법 개정안) 제정 및 개정을 요구했다.
한편,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오전 7시 40분께부터 지하철 2·3호선 양방향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나 3호선 운행은 8시 50분께, 2호선 운행은 9시 28분께 정상화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다만 배차간격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통의동 인수위 인근인 고궁박물관 남측 인도로 이동해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보고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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