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자수첩]그 많은 손세정제는 누가 다 사갔을까

2병에 1만원하던 손세정제, 눈 떠보니 1병에 2만원
손세정제 만들어 쓰는 시민들도
감염 예방 위해 정부가 역할해야
  • 등록 2020-02-02 오후 5:12:48

    수정 2020-02-02 오후 5:12:48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요새 강남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것이 있다. 손세정제와 마스크다. 스타벅스에서는 마스크 쓴 손님이 똑같이 마스크를 쓴 직원에게 음료를 주문하고 있고, 퇴근하고 들른 술집에서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전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응대한다”며 양해를 구한다. 거의 모든 건물의 화장실 앞에는 손세정제가 당연하다는 듯 자리잡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손세정제가 동나자, 직장인 황모(36)씨는 직접 손세정제를 만들어 쓰기로 했다. (사진= 독자 제공)
강남에선 차고 넘치는 손세정제가 없어서 못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며칠 전이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손세정제를 만들었는데 파는 거랑 똑같다”며 “많이 만들었으니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불안해서 편의점, 약국, 인터넷을 뒤졌지만 구할 수가 없어서 만들게 됐다며.

품귀현상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질병 확산에 소비자가 갖는 불안감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꼼수도 등장했다. 한 맘카페에서는 ‘설 전에는 500㎖짜리 손세정제 2병이 1만원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500㎖ 1병에 2만원을 훌쩍 넘어 그냥 나와버렸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에는 ‘계속 5500원에 팔던 일회용 마스크가 자고 일어나니 1만5900원이 됐다. 판매자 양심좀 챙겨라’는 후기가 올라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질병은 소득을 가리지 않고 찾아 드는데, 대처도 과연 그럴까. 선배가 손세정제를 직접 만들게 된 건 도저히 파는 곳이 없어서라는데, 그 많은 손세정제와 마스크는 누가 먼저 다 사갔을까. ‘코로나 특수’를 노린 판매자와 큰 고민 없이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이들이 선점한 것 아닐까. 지금도 강남 건물에 놓인 손세정제는 건물을 오가는 수천명의 사람들을 위해 화수분처럼 리필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오르는 게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가장 치명적인 건 만성질환자나 고령자이고, 이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실패다. 즉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관련 품목에 대한 폭리를 단속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매점매서 행위나 폭리를 취하는 행위에 대해 일제 점검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낯선 것에 대한 불안감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꼼수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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