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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붕괴한 건물이 포함된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과 관련해 석면 등 해체 공사와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각각 수주한 업체들이 모두 광주지역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을 확인했다. 전문공사업체가 다른 전문공사업체에 다시 공사를 넘기는 재하도급은 현행법 위반이다.
경찰에 따르면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석면 해체 등 공사를 수주한 다원이앤씨는 석면 공사 일부를 지역 업체인 백솔에 다시 하도급을 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도 백솔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두 공사 모두 백솔이 재하도급을 맡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공사를 위해 전문건설업체에 재하도급하는 상황 외엔 건설업체는 원칙적으로 도급받은 공사를 다른 건설업체에 하도급할 수 없다. 전문공사업체가 공사 품질이나 시공상의 능률을 높이고자 전문공사를 재하도급할 땐 수급인의 서면 승낙 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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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재하도급 구조 속에서 도급 단계를 거치면 공사비용이 점차 줄어드는 탓에 철거 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은 “건설업체는 더 싸게 공사를 맡고, 이윤은 남기려 하기 때문에 무리한 작업들이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참여자치21’도 “원래 철거 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3.3㎡당 28만원이었지만, 실제론 예산이 평당 14만원 선으로 줄어든 정황이 있다고 한다”며 “무리한 철거가 진행된 점, 안전 감리 책임자가 없었던 점, 인도 통행 통제 등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점 등이 발생한 근본엔 이윤만을 고려한 불법적인 하도급 사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 외에도 △꼭대기 층인 5층부터 아래로 철거를 진행하겠다던 계획서를 작업 당시 따르지 않은 배경 △사고 당시 물을 뿌리는 작업이 과도하게 진행된 경위 △담당 자치구의 감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 단가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 구역에선 지난 9일 오후 철거 공사 중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져 건물 앞 정류장에 들어서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가 건물 잔해 아래 깔리면서 버스를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