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못 참겠다"…벚꽃 핀 여의도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

정부 '사회적 거리 두기' 강력하게 권고했지만
봄꽃 구경 나선 나들이객으로 공원·거리 '북적'
각 지자체, 인파 몰리는 윤중로·석촌호수 폐쇄
  • 등록 2020-03-29 오후 5:04:03

    수정 2020-03-29 오후 5:04:03

[이데일리 박순엽 유준하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했지만, 서울 시내 곳곳은 주말 나들이에 나선 시민으로 북적였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만난 이들은 “정부 권고를 알고 있지만, 답답함을 참지 못해 밖으로 나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시민이 몰릴만한 거리나 공원 일대를 폐쇄 조치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방지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여의도 벚꽃 축제가 취소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한강공원·윤중로…여의도 일대엔 나들이객 ‘북적’

코로나19 공포가 한국을 덮친 후 벌써 두 달째다. 정부에선 여전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엔 화창한 날씨를 즐기러 나온 시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친구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선 이들은 ‘감염 방지를 위해 2m 이상 거리를 두라’는 등의 정부 방침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29일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엔 개인 단위로 운동하는 이들만 보일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방문객들이 물밀듯이 공원으로 들어오면서 한강공원 입구에 자리한 여의나루역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같은 시각 근처 한강공원 주차장에도 들어오는 차들이 줄을 설 만큼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알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해 느낀 답답함을 털어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최모(22)씨도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어 학교도 못 가게 되면서 오랜만에 집 밖에 나왔다”며 “갇혀 있는 실내 공간보다는 공원이 나을 거 같아 이곳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나들이에 나선 또 다른 시민 A(60)씨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놀랐다”며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갑갑하니까 나와서 꽃구경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원을 찾을 때만 해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던 시민들은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 둘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심지어 먹을거리를 사고자 공원 내 매점을 찾은 이들은 마스크 없이 다닥다닥 붙어 긴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 즉석 라면을 조리하는 곳에서도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등 감염 예방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인근 윤중로 역시 사람이 몰리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탓에 올해 여의도 벚꽃 축제는 취소됐지만 시민들은 벚꽃을 보고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곳을 찾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했으나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엔 나들이를 나선 이들로 인근 매점이 북적였다. (사진=유준하 기자)
주민은 “주말마다 불안”…지자체 “거리·호수 폐쇄”

인근 주민들은 주말마다 나들이객이 몰린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64)씨는 “주말마다 집 앞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니 화가 나고 속상하다”면서 “봄을 맞이해 나들이를 나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정부에서도 사람이 몰리는 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국민에게 부탁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시민들이 봄에 즐겨 찾는 거리나 공원을 폐쇄하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는 다음 달 1일부터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차도를 통제하고, 내달 2일부터 보행로를 각각 전면 폐쇄한다. 이미 봄꽃 축제를 취소했지만, 봄나들이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내린 조치다. 송파구도 지난 28일부터 석촌호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7일 “주말에 될 수 있으면 집에 머무르고 불가피하게 야외활동을 한다면 충분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안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여의도 벚꽃 축제가 취소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거리에 ‘여의도 벚꽃길 전면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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