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007 작전에 日 멘붕… 카를로스 곤 영화같은 탈출기

악기 상자 숨어 일본 자택서 탈출…가명 쓰고 출국
개인 제트기 타고 일본→터키→레바논
“아내 캐롤이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계획”
日→레바논, 신병 인도 요청…레바논 "합법적 입국" 거절
  • 등록 2020-01-01 오후 5:19:21

    수정 2020-01-02 오전 9:26:56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어스 회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배임·횡령·소득 축소 등의 혐의로 일본에서 재판을 받아온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어스 회장이 가택연금 도중 감시망을 뚫고 레바논으로 탈출했다. 이번 사건이 서구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면서 일본은 발칵 뒤집혀졌다. 일본 사법당국은 경악했다. 그가 출국한 사실을 아예 몰랐던데다, 어떻게 탈출했는지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내인 캐롤 곤이 수주 동안 치밀하게 계획한 결과”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택연금 중이던 곤 전 회장이 자택을 빠져나가기 위한 수법으로 크리스마스 파티에 방문한 악단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악단을 가장한 민간경비 업체들이 돌아갈 때 악기 케이스에 함께 숨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후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가명을 사용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은 그가 베이루트에 도착했다는 언론보도 이후 성명을 내고 “나는 레바논에 있다. 일본의 불의와 정치적 박해로부터 비로소 해방됐다. 유죄를 전제로 하고,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 인권마저 무시되는 일본의 그릇된 사법제도의 인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에서 형사고발 사건은 서방 국가들에서 누릴 수 있는 절차상 이점을 활용할 수 없다”며 “유죄 판결 비율이 100%에 가깝다. 피고가 이길 수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혐의에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곤 전 회장은 최장 징역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곤 전 회장은 회사 보수를 축소 신고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8년 11월 체포됐다. 이후 지난해 3월 6일 보석 결정으로 10억엔(약 106억원)을 내고 석방됐다가 4월 4일 다시 체포됐다. 같은 달 25일에 보증금 5억엔(약 53억원)을 내고 다시 한 번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가택연금 생활을 해야만 했다. 외출은 할 수 있었으나 도쿄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감시를 받아야 했다. 여권은 변호사가 보관 중이었다. 아내나 혐의와 관련된 인물들을 만날 수 없었고, PC·스마트폰 등 인터넷 사용 역시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에만 사용이 가능했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고교 시절까지 지냈으며, 아내도 레바논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 및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 여권 모두 변호사에게 맡긴 상태여서 어떻게 가명과 신분증을 확보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롤이 뒤에 있을 것으로 봤다. 그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낸 문자메세지에서 재회 가능성을 시사한바 있어서다.

곤 전 회장은 현재 아내인 캐롤 가족 집에 머물고 있으며 레바논 정부로부터 엄중한 보호를 받고 있다.

오는 4월 곤 전 회장 공판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일본 정부는 레바논에 신변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레바논은 단칼에 거절했다. 일본과 신병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데다, 곤 전 회장의 입국이 합법적이라는 게 레바논 측의 입장이다.

레바논은 “곤 전 회장은 합법적으로 레바논에 입국했으며, 어떠한 법적 조치도 없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서 체포되거나, 이후 다시 일본으로 송환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곤 전 회장이 레바논 입국 당시 프랑스 여권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여권이 아직 변호인에게 맡겨져 있는 만큼, 어떤 경로로 해당 여권을 확보하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보석 보증금 15억엔(약 150억원)은 몰수될 전망이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어스 회장의 레바논 자택.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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