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급한 美 적극 활용하되…美·中 간 적절한 스탠스 필요"

[전문가 진단]바이든의 삼성공장 방문, 韓 반도체 위상 방증
기술+칩4 동맹 전망 속…연구개발·설비투자·인력충원 관건
"중국 포기 못해…美 제재 완화 등 요구할 것 해야" 목소리
  • 등록 2022-05-22 오후 6:36:41

    수정 2022-05-22 오후 9:44:10

[이데일리 최영지 이다원 기자] “우리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의미도 담고 있죠.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책임감도 가져야 합니다.”

22일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방한 직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직행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땡큐 삼성”을 외치며 미국 테일러에 짓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날인 21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선 “위 고 투게더”(We go togheter·함께 갑시다)를 외치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그간 무게를 뒀던 군사·안보동맹을 넘어 경제·산업을 아우르는 기술 동맹으로 확대하는 의미가 담겼는데, 이 변화에 우리 반도체 산업의 공이 컸다는 게 외교가 및 재계의 분석이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기술 개발·인력확보 해야 우위 점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으로 미 정보통신(IT) 및 자동차 기업들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동맹이 단순히 지정학적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었다면 이번 회담의 화두였던 기술 동맹은 미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미국은 설계, 장비 부분에서 강점을 가진 자국 기업의 이익을 챙기면서 삼성전자의 양질의 반도체 제품과 생산시설을 협력적 차원에서 제공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계속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등 IT 기업 역시 서버용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등 자체 설계한 칩을 공급받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를 확보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 시장이 점점 커지며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도 늘어나는 현 상황이 지속하는 한, 미국으로선 한국과의 기술 동맹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 중에서도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미만의 미세공정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파운드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직접 양국 대통령에 공장을 안내하며 TSMC보다 반년 정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3나노 신기술을 직접 소개한 것도 기술력 우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중휘 교수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미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인력이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의 핵심인 전문가 양성과 그 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앞으로도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은 물론 전문 인력확보가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의 삼성전자 유입을 위해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서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 정부 및 기업 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칩4 동맹’ 임박했나…“中 여전히 중요한 시장”

미국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4국(Chip4) 동맹’ 구축을 요구하며 우리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칩4 동맹 가입 시기도 앞당겨진 셈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벽으로 칩4 동맹 카드를 꺼내든 만큼 중국 내 사업비중이 큰 우리기업 입장에서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우리 정부의 IPEF 참여 선언에 벌써부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칩4 동맹 가입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기술 동맹이나 칩4 동맹이 우리 반도체 기업에 도움되는 면이 있지만 항상 중국이 걸린다”며 “중국은 이제 성장하는 곳이어서 우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더 많이 키울 기회가 많다”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우리 입장에서 중국이 큰 시장이기에 중국이 필요한 반도체는 공급해야 한다”며 칩4 동맹 가입 여부로 중국과의 관계가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2025년을 기점으로 재편되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2025년을 기점으로 모호한 중립을 유지한다면 미국의 자국 기술 통제로 오히려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칩4 동맹 가입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 내 반도체산업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근 교수는 “거꾸로 생각하면 칩4 동맹은 미국이 참여해달라고 한 것이니 이제 우리가 반대급부를 요구할 차례”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에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도입을 미국이 반대한 것을 예로 들며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한 중국의 세트 제품이 팔려야 전 세계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미국과도 윈윈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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