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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육 잘못 받은 놈”…‘부모 욕’ 듣고 눈물 삼키는 직장인들

“가정교육 어떻게 받았냐”…부모 모욕하는 상사들
상사의 ‘부모·조상 욕’에 고통 받다 퇴사하기도 해
“근로기준법 위반이자 모욕·명예훼손 고소도 가능”
  • 등록 2021-05-09 오후 4:00:20

    수정 2021-05-09 오후 9:56:1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로 한 지역의 군청에서 일했던 김모씨는 팀장의 잇따른 모욕적 발언에 일을 그만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 “야 이 호로새끼야”라며 부모를 욕하는 팀장의 발언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팀장은 평소에도 업무상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에게 “싸가지없는 새끼”, “X만 한 새끼”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직장인 이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가 직장에서 몇 분 차이로 지각한 날, 상사는 “부모랑 같이 사는데, 네 엄마가 너를 왜 안 깨워줬느냐”며 “너희 엄마 왜 그러냐”고 갑자기 이씨의 어머니를 비난했다. 오랜 기간 상사에게 욕설과 조롱에 이어 부모를 욕하는 발언마저 들은 이씨는 일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가정교육’ 빌미로 하는 ‘부모 욕’에 퇴사까지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모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평소 일반적으로 금기시되는 부모나 조상 욕을 직장 상사에게 들은 직장인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직장까지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부모나 조상을 대상으로 하는 욕은 금기 중의 금기로, 누구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직장 상사들은 직원에게 부모를 모욕하는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부모·조상을 욕하는 직장 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물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가 지난 1월 전국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1%(341명)에 달했다. 그 중 모욕·명예훼손(23.4%)을 당했다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단체는 “직장에서 모욕·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답한 이들 중 다수가 부모 욕이나 조상 욕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체에 제보한 직장인들은 주로 ‘가정교육’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부모를 욕되게 하는 직장 상사들의 발언에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가정교육을 잘못 받아서 인성에 문제가 있는 XX”라는 폭언부터 “집에서 오냐오냐 커서 버릇이 없다”는 조롱까지 다양한 모욕적 발언이 등장했다.

직장인 A씨도 모욕감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느 날 새벽 몸이 너무 아파 병원 응급실에 간 A씨는 회사에 반차를 사용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부사장은 오후에 출근한 A씨에게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아서 그따위로 행동하느냐”, “기본이 안 돼 있다. 너희 집에나 가서 그렇게 행동해라”는 폭언을 쏟아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부모 욕’은 근로기준법 위반이자 모욕·명예훼손”

직장갑질119는 부모와 조상을 욕하는 직장 상사의 행위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는 “당사자에게 욕을 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데, 부모 욕을 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며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직장 상사를 고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증거가 중요한데 증거를 모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며 “모욕죄는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므로, 모욕을 당하고 증거를 수집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고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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