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연극 키친 `지지고 볶아라 인생 다 할때까지`

국립극단 英 아놀드 웨스커 作 `키친` 국내 초연
오는 6월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 등록 2011-05-30 오후 1:43:53

    수정 2011-05-30 오후 1:43:53

▲ 연극 `키친`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난장판이 따로 없다. 끼니를 때우려는 손님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미리 준비해도 늘 벅찬 주문에 요리사들은 저마다의 고국어로 욕지거리와 함께 음식을 만든다. 웨이트리스들은 빨리 나오지 않는 음식을 채근하느라 핏대를 올린다. 주문이 밀리고 접시가 깨지고 주방은 점점 끓어오른다.

아일랜드 출신 신참 요리사 케빈은 다른 동료에 비해 임계점이 낮았다. 결국, 케빈은 레스토랑 티블리의 첫날 점심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다. 하지만 주방 바깥의 손님들은 이 사실을 짐작할 수 없다. 주방과 홀 사이에는 보이는 벽이 있어서다. 이는 주방 안의 인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방에는 벽이 없지만 서로에게는 벽이 있고 국경이 있다.

국립극단이 선보인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연출 이병훈)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십수 년이 흐른 뒤 하루 1500명의 손님이 찾는 영국 런던의 레스토랑 티블리 주방을 무대로 한 작품이다. 극작으로 기사학위를 받은 아놀드 웨스커는 실제 주방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희곡을 썼고 29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북새통을 이루는 주방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묘사한 주방은 한마디로 야단법석이다. 점심시간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주방은 뚜껑을 닫은 채 펄펄 끓는 주전자처럼 보는 관객을 아슬아슬하게 만든다. 1막이 끝나기 전 10분가량 배우들이 펼쳐내는 주방의 분주함은 이 연극의 백미다. 20명이 넘는 배우들이 저마다 지지고 볶으며 무대를 꽉 채운다.

실제 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동선은 요리사들의 움직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연극적인 과장을 고려해도 진짜 주방의 모습을 보는 듯해 일견 경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집단적인 움직임 안에도 각 캐릭터마다 개성과 사연, 관계들이 녹아있어 그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키친`의 놀라움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1막이 끝난 뒤 찾아오는 주방의 평화와 각기 다른 국적의 동료들이 말하는 꿈과 반목, 이후 독일인 피터 탓에 불거진 파국으로 마무리되는 2막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주인공 피터는 건달에서 몽상가로 휴머니스트에서 소심한 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의 맥락과 메시지가 분산되고 만다.   이는 원작이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의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결국 연출의 방향에 의문을 품게 한다. 피터가 말한 소통의 `벽`을 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종업원들에게 “뭘 더 원해”를 외치는 레스토랑 주인의 계급의식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말이다.

국내 초연인 `키친`은 오는 6월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가격은 3만원~1만원. 문의 (02)3279-2233.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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