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애니콜신화’ 넘어 '세계 1등 갤럭시’ 일궈

1990년대 “누구나 휴대전화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
애니콜 화형식·옴니아 실패 딛고 글로벌 1등으로
'스마트폰 시대 온다'는 확신으로 발빠른 대응
  • 등록 2020-10-25 오후 2:56:09

    수정 2020-10-25 오후 9:32:2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옵니다. 전화기를 중시해야 합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처음 휴대폰 사업을 시작할 때 고(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지금이야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당시만 해도 휴대폰이라는 말조차 생소한 시대였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시작은 이 같은 선견지명에서 출발했다. 1980년대 후반 휴대폰 시장 진출 초기는 물론 스마트폰 전환기 때도 삼성은 적잖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이 회장의 확고한 방향성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세계 1등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1995년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삼성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 등 휴대폰을 비롯해 무선전화기, 팩시밀리 등 불량제품 15만대를 전량 폐기 처분했다. (사진= 삼성전자]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은 휴대전화…애니콜, 화형식 거쳐 신화로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며, 삼성의 신수종 사업으로 휴대폰 사업을 점찍었다.

당시 무선 단말기라고 하면 비싸고 무겁고 잘 터지지도 않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국내의 인식이었다. 이 회장은 의구심을 갖는 경영진에게 계속해서 휴대폰 산업의 장래와 성공 가능성을 설득하며 우리 기술력으로 휴대전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내 1994년 10월 ‘애니콜’ 브랜드의 첫 제품인 ‘SH-770’이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삼성의 첫 휴대전화의 불량률은 11.8%에 달했다. 이 회장이 지인들에게 직접 선물한 제품 중에서도 불량이 속출하는 등 ‘품질경영’을 강조하던 삼성에는 큰 타격이었다. 이 회장은 1995년 3월 구미사업장에서 불량품 15만대(150억원 어치)를 전량 소각하도록 지시하며 초강수를 뒀다. ‘애니콜 화형식’은 ‘애니콜 신화’의 밑바탕이 됐다. 이전까지 30% 수준이었던 애니콜의 국내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1995년 8월 51.5%를 기록하며 국내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은 당시 휴대폰 1위 브랜드인 미국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였다.

애니콜 신화는 세계로 뻗어 갔다. 1997년 5월에는 무선 분야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공식 선정되며 삼성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 2002년 4월 출시된 소위 이건희폰(SGH-T100)은 국내 첫 ‘텐 밀리언 셀러(1000만대 판매)’ 폰이다. 이 제품을 신호탄으로 삼성전자는 텐밀리언 셀러 폰을 잇따라 만들어냈다. 2003년 8월 출시한 ‘SGH-E700’은 외국 언론으로부터 ‘휴대전화의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른바 ‘벤츠폰’으로 불리기도 했다.

2010년 출시된 ‘갤럭시S’. (사진= 삼성저자 뉴스룸)


아이폰 등장에 발빠른 대응…옴니아 실패 있었지만 갤럭시로 비상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의 시대가 찾아왔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벤치마킹하며 휴대전화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던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방향을 바꿨다.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 개화에 회의적이었던 LG전자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판단은 빨랐지만 초반엔 난항을 겪었다. 삼성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2008년과 2009년, 윈도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옴니아1·2’를 잇따라 선보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속도는 느렸고, 모바일과 맞지 않는 PC형 사용자 환경에 아이폰처럼 피처폰과 차별화할 만한 어플리케이션(앱)도 없었다. 처참한 수준의 실패를 겪었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 집중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많은 비판 속에서도 옴니아 단종을 선언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OS로 전략을 수정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2010년 3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로 ‘갤럭시’를 구축하고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를 처음 공개했다.

갤럭시S는 출시 다음해인 2011년 1월 1000만대 판매 돌파에 성공하며 아이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스마트폰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출시된 ‘갤럭시S2’는 갤럭시S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랐으며, 스마트폰 1등 삼성을 이루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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