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적자나도 투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몸집 불리는 이유

온라인 패션 플랫폼, 공격적인 마케팅에 적자 일색
지그재그 영업손실 235억원에도 GMV 7500억원 기록
에이블리, 적자 늘었지만 MAU 415만명으로 업계 1위 질주
“대기업 인수 이후 차별화 없으면 도태될 것”
  • 등록 2021-04-22 오전 11:00:10

    수정 2021-04-23 오전 10:31:49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패션시장이 유통 기업의 차기 격전지로 부상했다. e커머스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던 기업들이 다음 전장으로 패션을 점찍고, 앞다퉈 투자와 인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패션 플랫폼 기업은 적자를 내면서도 규모를 키우며 성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계획된 적자’를 부르짖으며 성장을 쫓았던 쿠팡을 연상케 한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크로키닷컴), 에이블리, 브랜디는 작년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고객 확보 차원에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개발자 등 IT 인력을 확보하고,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데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카카오에 인수된 지그재그는 영업손실은 255억원으로 1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대폭 늘어난 것이 이유다. 배우 한예슬을 첫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TV CF 등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친 결과 작년 광고비용은 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늘었다. 각종 할인 등 프로모션에 쓰인 판매촉진비는 전년 대비 469% 증가한 128억원을 집행했다.

지그재그는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총거래액(GMV)이 75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월 이용자수인 MAU는 300만명에 달한다.

2018년 등장한 에이블리의 성장세도 무섭다. 에이블리는 작년 가파르게 성장해 GMV 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그재그에 이어 업계 2위다. MAU는 415만명으로 지그재그보다 높다.

이 같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에이블리는 작년 광고비용으로 289억원을 지출했다. 광고비용과 인건비 투자 등이 늘어나며 에이블리는 작년 적자폭을 키워 38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루배송으로 유명한 여성 플랫폼 브랜디도 작년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브랜디는 인공지능(AI) 추천 기술 강화를 위해 인력을 확보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비용을 지출했다. 이렇게 지출한 판매비와 관리비는 전년 대비 121% 늘어난 637억원이다.

이에 힘입어 브랜디는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한 3000억원의 GMV와 320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최근 산업은행에서 100억 투자를 받은 브랜디는 차별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를 사용할 방침이다.

에이블리 누적거래액 추이.(사진=에이블리)
이처럼 패션 온라인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시장이 ‘승자 독식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서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면서 경쟁 업체를 도태시킨 것이 그 예다.

이커머스 시장 초기 쿠팡, 위메프, 티몬의 규모는 비슷했다. 하지만 현재 쿠팡은 GMV가 24조원에 달하는 1위가 됐고, 위메프와 티몬의 GMV는 각각 6조원과 3조원에 불과하다. 각 회사의 중심 전략이 이와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 성장에 방점을 둔 쿠팡은 무섭게 시장을 장악해갔고, 수익성을 염두에 뒀던 위메프와 티몬은 자연스럽게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행보는 이커머스 회사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은듯하다. 업계는 수익성보다는 고객 확보와 GMV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처럼 온라인 패션 시장도 압도적 1위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올해는 신세계, 카카오 등 대기업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를 인적 분할해 지그재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지그재그의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높은 가치를 매긴 것이다.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전 세대에 제공하기 위한 밸류 체인을 구축한 만큼 앞으로 공격적인 신사업을 전개해 시장 내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에 서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지난 여성 패션 편집숍 전문 플랫폼인 W컨셉을 약 2700억원에 인수했다. SSG닷컴은 W컨셉의 기존 전문 인력을 승계하면서 오프라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카카오와 신세계 외에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패션 플랫폼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충성 고객이 많은 만큼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좋기 때문이다. 이에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대기업들은 인수와 투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인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사업이 대기업 인수 후에 운영을 잘못하면 경쟁력을 잃기 쉬워서다. 로레알에 6000억원에 인수된 난다의 사례가 그 방증이다. 스타일난다를 운영하는 난다는 로레알에 인수된 이후 기업가치가 더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매출액도 전년 대비 4.9% 감소한 2563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GMV를 키웠던 지그재그의 전략이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빛을 발했다”며 “이커머스 시장의 사례를 공부한 패션 업체들이 올해도 수익보다는 GMV와 고객 확보에 초점을 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그재그 모델로 발탁된 배우 윤여정(사진=지그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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