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남양과 함께 사반세기…'이별 연습'하는 美 펀드

美 헤지펀드, 남양 주식 대거 매도…투자 23년만 결별
잇단 악재 속태운 주가 최근 오르자 엑시트 결정 분석
어깨 아닌 가슴서 팔아 '호재 예상못한' 의사결정 풀이
  • 등록 2021-06-21 오전 11:00:05

    수정 2021-06-22 오전 7:11:3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에 20여 년을 투자한 미국 펀드가 회사와 인연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그간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바닥을 기어 속을 태웠는데, 주인이 바뀐 틈을 타서 반등 조짐을 보이자 아예 발을 빼려는 출구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21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 회사 주요 주주 퍼스트 이글 글로벌 펀드(FEGF)와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FEIM) 등 같은 계열의 미국 헤지펀드는 주식 보유량이 5% 미만이라고 지난주 공시했다.

갖고 있던 남양유업 주식을 대거 매도해서 지분율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상장회사 지분을 5% 이상 가진 주주는 주식 수가 변동하면 일반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이들 펀드가 주식을 줄인 의사결정은 와신상담 격이다. 펀드가 처음 남양유업에 투자한 당시로까지 거슬러가 보면 배경을 헤아릴 만하다.

FEGF가 남양유업 주식을 처음 사들인 시기는 1999년이다. 한국이 환란으로 자본시장을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한 시기(1998년)를 거치면서 투자를 시작했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한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니라 순전하게 주가 차익과 배당금을 기대한 단순 투자를 위한 것이었다.

선진 자본시장을 거친 외자가 국내 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이목을 끌었다. FEGF는 이후 꾸준하게 주식을 사들여 2002년 기준으로 남양유업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분율로 보면 7.3%(6만5500주)를 가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12.6%(11만2356주) 다음이었다.

주가도 성공적으로 올랐다. 19만원대에서 사들인 남양유업 주식은 2002년 연중 최고 48만9000원까지 상승했다. 두 배를 훌쩍 넘어 오른 것이다. 처음 이익을 실현을 하고자 2007년 주식을 매도할 당시 남양유업 주가는 98만원대였다. 투자 이후 8년 새 다섯 배 가량 뛰었다. 코스피가 1999년(1028.07포인트)부터 2007년(1897.13포인트)까지 84% 오른 것과 비교하면 FEGF의 남양유업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FEGF의 남양유업 투자는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 성공 교과서로 자리 잡아갔다. FEIM도 마찬가지였다.

투자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해 남양유업 주가는 100만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대리점 강매 사건이 터지고 시장에서 기업에 반감이 형성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타격을 받자 주가는 하릴없이 내렸다. 이후 ‘황하나씨 형사처벌’, ‘경쟁사 비방 영업’ 등 악재가 뒤따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주가는 20만원 후반까지 주저앉았다.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주주로서는 견디기 힘든 흐름이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들 펀드가 회사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은 지난 4월14일이다. 전날 남양유업이 ‘불가리스’와 코로나19 예방 효능을 발표하고 주가가 급등한 뒤였다. 이후 지난달 25일을 시작으로 주식을 상당량씩 털어냈다. 홍 전 회장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공시하기 이틀 전이었다.

지루한 흐름을 보이던 주가가 상승하자 처분을 결정한 것인데, 매도 타이밍이 썩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홍 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 호재 공시가 나기 전에 대거 매도한 때문이다. 숨을 고르고 매도를 참았다면 주가는 더 상승할 여지가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호재를 최대한 이용하지 못한 매매 패턴을 보면,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웠던 것 같다”는 말이 따랐다.

20여 년지기의 두 투자자도 가늠하지 못했던 남양유업 주가. 이들이 가진 회사 지분은 현재 2%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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