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장 박인근, 죗값 '징역 30개월'에 그친 과정은

특수감금 등 5개 혐의로 1심 징역 10년 선고받았지만
징역 4년→일부 무죄→징역 3년→징역 2년6개월로 확정
"사회복지활동 참작"한 법원…아들은 무죄 판결로 확정
문재인 정부 당시 대법원 "이전 판결이 옳다"고 재확인
  • 등록 2022-08-25 오전 11:22:39

    수정 2022-08-25 오전 11:22:39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최소한 613명이 사망한 형제복지원 사건. 이 시설을 운영한 원장 박인근씨가 받은 죗값은 징역 2년6개월이 전부다. 감금, 폭행, 노역은 무죄이고 복지원 자금을 횡령한 것만 유죄가 인정된 결과다. 당시 수사와 재판을 복기해서 형량이 널을 뛴 과정을 짚어봤다.

24일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 연생모씨가 정근식 위원장(뒤)의 발표를 들은 뒤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자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등에 따르면, 박씨는 1987년 1월17일 특수감금 혐의로 구속됐다. 경남 울주군 일대 자신의 농장을 개간하는 데에 원생 180명을 6개월여 동안 투입해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을 강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박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보니 현금 20억여원과 미화 및 엔화 뭉치가 발견됐다.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다섯 가지다. 원생의 신체 자유를 억압(특수감금)하고, 복지원 공금을 유용(횡령)했으며, 외화를 불법으로 소지 및 반출(외국환 관리법)하고자 했고, 농장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불법(초지법·건축법)을 저지른 것이었다.

검찰은 1987년 6월9일 1심 결심 재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6억8178만원 구형했다. 사건을 수사한 당시 김용원 검사는 구형 의견에서 “피고인이 원생들의 급식비를 착복하고 영양실조로 죽어가게 한 것만으로도 피고인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라고 했다.

1심을 심리한 부산지법 울산지원 형사부는 1987년 6월23일 박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6억8178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를 거들은 둘째 아들 박두선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폭행으로 숨진 원생의 사망진단서를 병사로 발급한 의사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사와 박씨는 모두 형량이 가볍거나 무겁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1987년 10월27일. 검사는 박씨에 대해 재차 징역 15년에 벌금 6억8178만원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형사2부는 1987년 11월13일 박인근에게 징역 4년 선고했다. 원심 징역 10년보다 6년을 감형한 것이고 벌금도 없앴다. “사회사업가로서 정상을 참작한다”는 것이 양형 이유였다. 박씨의 아들 박두선씨는 무죄가 나왔다. 범법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양측이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갔다. 대법원은 1988년 3월10일 “박씨의 특수감금죄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은 법리를 오해해 잘못”이라고 했다. 무죄 취지였다. 박씨가 원생을 수용한 것은 내무부 훈령에 근거한 ‘정당한 직무 수행’이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작업장에서 이탈할 수 없는 행동의 자유를 제한받은 것은 당연하고 형법상 특수감금죄도 아니다”고 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0조가 근거였다. 아들 박두선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구고법 형사1부는 1988년 7월8일 그럼에도 박씨의 특수감금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작업장은 불법 시설이라서 강제수용은 감금죄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무죄로 해석한 걸 하급심이 유죄로 본 것이라 이례적이다. 형량은 전보다 1년이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간 사건은 1989년 7월13일 징역 2년6개월로 확정됐다. 감금죄는 무죄였고 횡령죄만 유죄가 났다.

2021년 3월11일 대법원에서 박인근씨 비상상고가 기각되자 법정에서 나온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8년 11월20일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대법원에 청구했다. 형제복지원 판결이 잘못됐으니 다시 재판해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2021년 3월11일 문 총장의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1989년 횡령죄만 인정해 나온 징역 2년6개월 판결이 옳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된 사건이지만, 판결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였다.

박씨는 1989년 7월20일 만기 복역한 뒤 출소하고 목사로 활동했다. 2016년 6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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