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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오는 3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규모가 20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도쿄에서 유람선 탑승자 및 택시기사 등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대거 발생하며 일반인 참가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생일맞이 행사도 취소됐다. 코로나19 후폭풍이 오는 7월 도쿄 올림픽 개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솔솔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도쿄마라톤재단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월 1일 개최하는 도쿄마라톤 참가 신청자 약 4만명 중 일반인 3만8000여명의 참가를 취소하고, 각국 대표선수 200여명 정도만 출전시키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재단은 “일반 참가자의 출전은 취소하고, 엘리트 선수들로만 대회를 개최한다. 도쿄에서도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인됨에 따라 참여 주자 수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든 예방·안전 조치를 취하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규모대로 대회를 치를 수가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지진 등 천재지변에 따른 취소 사태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으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중단되는 경우엔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가 신청이 취소된 경우 내년 대회 출전 자격이 부여되지만, 참가비를 또 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부 신청자들은 주최 측 입장을 이해할 만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신청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참가비만 돌려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항공·숙박료 등 여행경비 전반에 걸쳐 손해를 입게 됐기 때문이다. 또 대회 일정에 맞춰 훈련을 해 왔던 참가자들도 실망감과 불만을 내비쳤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참가 신청자 라이언 레더러(34)는 CNBC에 “공공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주최측 결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당연히 실망했다. 취소 사실을 알았을 때 거짓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일정에 맞춰 훈련을 해왔고 매주 달리는 거리도 15마일(약 24km)에서 40마일(약 64km)로 늘렸다. 식이 요법 등 생활 패턴도 엄격하게 바꿨는데 모든 것이 시간 낭비였다”고 토로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각종 국내외 행사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오는 23일 나루히토 일왕 60세 생일맞이 국민 초대 행사인 ‘일반참하(一般參賀)’가 취소됐다. 올해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