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2년만에 국회문턱 넘을까

10일 정무위 여야 간사 등 주요 의원 주최, 공청회 열려
실손보험 청구, 병원이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21대서만 4번 발의
국민편의 제고에 종이영수증 줄이고 보험사도 인력 낭비 줄여
  • 등록 2021-05-06 오전 11:00:10

    수정 2021-05-07 오전 8:24:3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70대 박모 씨는 폐에서 발견되는 ‘간유리 음영 결절’ 문제로 매해 두 번씩 4년째 통원 치료중이다. 박씨는 병원을 오갈 때마다 3만~4만원의 병원비를 내오던 차에, 간호사로부터 실손보험 적용대상이라는 얘기를 듣고 영수증을 모아 보험비를 청구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 영수증 모서리를 맞춰 사진을 찍으면 된다는 얘기에 박씨는 그간의 영수증을 찍었다.

하지만 일부는 청구 기한이 지났고 일부는 금액이나 청구코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다시 자료를 보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박씨는 자신같이 나이가 많고 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를 병원이 직접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여야 공동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공청회 열린다

12년째 공회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올 상반기에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엔 금융당국은 물론 여야 의지도 강해 연내 법안 통과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여당의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전재수 의원, 야당 측 간사 성일종 국민의 힘 의원과 윤창현 의원 등 4명의 정무위 소속 의원이 주최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공청회가 열린다. 간담회에는 금융당국 관계자는 물론, 법조계와 의료계 관계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과 우려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란 보험 가입자가 병원비를 계산할 때, 병원에 실손보험 청구를 요청한다면 병원이 전자문서를 전문기관에 보내고 이 전문기관이 보험사로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처럼 보험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보내거나 전송할 필요가 없어져 보험가입자들은 편하게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2018년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7.5%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금액이 너무 적어서 73.3%(복수 응답)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 44.0% △증빙서류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 30.7% 순이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보험사들 역시 팩스나 앱으로 전송된 종이영수증 내용을 일일이 수기로 입력하는 낭비를 막을 수 있다.또 종이영수증 자체를 전산으로 처리하면 종이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지난달 김병욱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만 네 번째 발의다. 보험업계도 분주하게 뛰고 있다. 지난달 주요 손해보험사 사장단은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박상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관건은 의료계…‘비급여’ 고양이 목 방울 달기

하지만 정무위 관계자나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결국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직접 간소화 권고를 했지만 12년째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의료계의 반발 때문이다.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다. 실손보험이 개인 간 계약인데 병원에서 보험 청구를 대행하면 결국 병원 업무가 늘어날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의료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건강보험심의평가원(심평원)이다. 간소화 방안을 보면 병원이 고객들의 보험비 청구를 위해 영수증 등을 각 보험사에 바로 보내는 게 아니라 전문기관을 중간에 끼게 된다. 현재 전문기관은 심평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심평원의 전산망을 보험사과 연결하면 간소화가 바로 가능해서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보험 청구를 명분 삼아 모은 데이터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의 가격 통제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영역은 의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

국회는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정보를 받더라도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윤창현 의원안) 전문중계기관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도록(김병욱 의원안) 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게 다 이뤄지는 세상에 병원 영수증을 일일이 출력해 청구하는 시스템은 비합리적”이라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알고 있지만 국회나 금융당국 등도 실손보험 간소화 청구에 공감하는 만큼, 서로 교점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했지만 교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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