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가을야구는 '정수빈 시리즈'..."몸은 힘들지만 집중력은 최고"

  • 등록 2021-11-07 오후 6:45:09

    수정 2021-11-07 오후 6:45:24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만루 때 두산 정수빈이 3타점 3루타를 친 후 3루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두산베어스의 10-3 완승으로 끝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정수빈(31)이 북 치고 장구 친 경기나 다름없었다.

정수빈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의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5회초 싹쓸이 3타점 3루타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 1볼넷 2득점을 기록하며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1번타자 중견수로 나선 정수빈은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선발 임찬규의 폭투 때 2루를 파고들었다. 이어 호세 페르난데스의 우중간 적시 2루타 때 팀에 선취점을 선물했다.

3-1로 앞선 4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선 LG 두 번째 투수 앤드루 수아레즈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 첫 타점을 올렸다.

정수빈이 가장 빛났던 장면은 5회초였다. 4회까지 4-1로 앞서다 5회초 2점을 추가해 6-1로 달아난 가운데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정수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수빈은 LG 구원투수 이정용의 2구째 공을 받아쳐 우측 선상으로 빠지는 강한 타구를 날렸다.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정수빈은 빠른 발을 이용해 3루까지 진루했다. 그 한 방으로 스코어는 9-1로 벌어졌고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다.

이번 가을 야구는 정수빈을 위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일 키움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6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준PO로 끌어올린 데 이어 4일 LG 트윈스와 준PO 1차전에선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했다.

방망이뿐만 아니라 주자로 나가면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정수빈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준PO 3차전에서도 1회말과 2회말 안타성 타구 2개를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만약 그 타구들이 안타로 이어졌다면 두산으로선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정수빈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한화가 계약기간 4년에 순수 보장 금액 40억원을 제시하자 원소속 팀 두산은 무려 6년 최대 56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정수빈을 붙잡았다.

두산으로선 오랫동안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하는 의미가 담겼지만 일부에선 홈런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타율이 엄청나게 높지도 않은 정수빈에게 너무 많은 돈을 준 것 아니냐는 ‘오버페이’ 논란도 뒤따랐다. 올 시즌 성적도 타율 .259 3홈런 37타점 12도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정수빈은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자신이 왜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 5경기에서 24타수 10안타 타율 .416 5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준PO MVP에 선정된 정수빈은 “올해는 못한 시즌이 맞다. 하지만 아무리 못해도 언제 어디서든 내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회를 잘 살리고자 했는데 지금 잘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LG 투수들이 워낙 좋아서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잘한 거 같고 기적이라 생각한다”며 “투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계속 올라가면 정말 기적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삼성과의 PO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정수빈은 “삼성은 투타 밸런스가 좋은 팀이고 우리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 하지만 단기전은 누가 더 집중력이 좋은가 싸움이다. 집중력은 우리가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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