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체관측기구 ‘혼개통헌의’ 보물로 지정

  • 등록 2019-06-26 오전 10:12:48

    수정 2019-06-26 오전 10:12:48

보물 제2032호 혼개통헌의(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조선의 천체 관측 기구 ‘혼개통헌의’가 보물로 지정됐다.

26일 문화재청은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천체 관측 기구인 ‘혼개통헌의’를 보물 제2032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해시계와 별시계를 하나의 원판형 의기(천체의 운동을 관측하는 기구)에 통합해 표현한 천문 관측 도구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제작 사례다.

혼개통헌의는 중국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를 실학자 유금(1741~1788)이 조선식으로 해석해 1787년(정조 11년)에 만들었다. 1930년대 일본인 토기야가 대구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으나 2007년 고 전상운 교수의 노력으로 국내에 환수됐다.

혼개통헌의는 별의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원반형의 모체판과 별의 관측지점을 알려주는 여러 모양의 침을 가진 T자 모양의 ‘성좌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체판 앞뒷면에 걸쳐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실명미상)을 위해 만들다’라는 명문과 더불어 ‘유씨금’이라는 인장이 새겨져 있어 유금이 약암이라는 호를 쓴 윤선생을 위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밤 시간에 특정한 별을 관찰하는 ‘규형’, 별의 고도(위치)를 확인하는 ‘정시척’도 함께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모체판과 성좌판만 남아 있다.

모체판은 앞면 중심에 하늘의 북극을 상징하는 구멍에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회전하도록 만들어졌다. 외곽을 24등분하여 맨 위에 시계방향으로 시각을 새겼고 바깥쪽부터 남회귀선, 적도, 북회귀선의 동심원, 위쪽에 지평좌표원을 새겼다. 성좌판은 하늘의 북극과 황도 상의 춘분점과 동지점을 연결하는 T자형으로, 축과 황도를 나타내는 황도원을 한판으로 제작했다. 특정별과 대조할 수 있도록 돌출시킨 지성침이 11개가 있다. 뒷면의 윗부분에는 ‘북극출지 38도’란 위도를 새겼으며 이는 곧 서울(한양)의 위도 36.5도에 해당한다.

모체판과 성좌판에는 북극성, 직녀자리, 견우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뱀주인자리, 안드로메다, 오리온, 페가수스 등 계절별 주요 별자리가 표시되어 있다. 그밖에 알파드(바다뱀자리의 가장 밝은 별), 프로시온(작은개자리에 속한 별) 등 우리나라 하늘에서 주로 관측되는 별자리 사이에 있는 작은 별들의 위치도 표시했을 정도로 섬세하게 제작됐다.

문화재청은 “혼개통헌의는 서양의 관측기기인 아스트롤라베를 받아들여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유일무이한 천문 도구이자 서양 천문학과 기하학을 이해하고 소화한 조선 지식인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실례”라며 “제작 원리와 정밀도에 있어서도 18세기 조선의 수학과 천문학 수준을 알려주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과학 문화재로서 보물로 지정해 그 가치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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